상반기 호실적에도, 대기업 10곳 중 7곳 "하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미정"
[경향신문]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위축됐던 업황이 올해 들어 회복세를 맞고 있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고용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보면 응답 기업 121곳의 32.2%만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54.5%는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3.3%나 됐다.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대기업 중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53.8%,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기업은 35.9%,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10.3%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악화’(3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고용경직성으로 인한 기존 인력 구조조정 어려움’(14.7%),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1.8%) 등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실물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고용유연성 제고 및 신산업 분야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코로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규 채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국내 500대 기업 중 2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5조1318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51조6145억원)와 비교하면 2배 넘게(103.7%) 수익을 불린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65%가량 증가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시장 트렌드로는 ‘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24.3%)와 ‘경력직 채용 강화’(22.5%), ‘수시채용 비중 증가’(20.3%) 등이 꼽혔다. 올해 대졸 신규 채용에서 수시채용을 활용한 기업 비중은 63.6%로, 지난해(52.5%) 대비 11.1%포인트 증가했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6.4%에 그쳤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대기업들이 경력직 비중을 강화하는 것은 신규 채용을 통한 직무교육 등 지금까지 해온 인적 투자를 중소기업 등 다른 업체로 떠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개발(R&D) 투자 등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고용과 인적 투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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