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산업사이클 이겼다..'1兆 클럽' 예약

황정환 2021. 9. 5.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월한 제련기술로 생산 확대
코로나로 제련수수료 줄어도
역대 최대 반기실적 기록
15년째 영업이익률 10% 넘어
비철금속값 상승도 호재
아연값, 1년반만에 75% 올라
부산물 금·은·황산 수익도 한몫
2차전지 소재로 사업 다각화
고려아연


‘산업 사이클을 이겨내는 기업.’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에 붙는 수식어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원자재 시장의 가격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10년 넘게 두 자릿수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주수입원인 제련수수료(TC)가 급락했지만 탁월한 제련 기술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금과 은 등 부산물 수입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차전지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제련수수료 폭락에도 1조 클럽 ‘예약’

5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국제 아연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t당 2984.5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말 t당 2700달러에서 10%가량 상승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작년 3월에 비해선 75% 올랐다. 납 가격도 상승세다. 국제 납 가격은 연초 대비 20%가량 상승하며 같은 날 t당 2383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세계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산업 원료인 아연과 납 수요가 증가한 여파다.


고려아연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아연 원석인 정광 공급망이 코로나19 여파에 무너지면서 급락한 TC로 포기하게 된 이익을 제품 가격 상승으로 만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련업체들은 정광을 제련해준 대가로 광산업체로부터 TC를 받는다. 다만 같은 양의 정광에서 계약 비율(약 90% 안팎)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경우 초과분은 모두 제련업체 몫이 된다. 이를 프리메탈(free metal)이라고 한다.

정광 공급망 붕괴가 광산업체 우위의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작년 3월 t당 300달러에 달하던 아연 스폿(spot) TC는 8월 8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고려아연은 매출 4조5759억원, 영업이익 543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생산능력(연간 아연 65만t, 납 42만t)을 감안하면 TC 하락으로 최소 2000억~3000억원의 이익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프리메탈 수익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수입도 상당하다. 고려아연은 정광 제련 과정에서 연간 금 12t, 은 2500t, 황산 150만t가량을 부산물로 얻는다. 금은 2016년부터, 은은 작년부터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산 역시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 수요가 늘며 작년 말에 비해 15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부산물은 가격이 오르는 대로 수익으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13.5%가 금, 30.31%가 은에서 나왔다. 황산 등 기타 사업을 합하면 매출의 절반이 넘는 53%가 아연·납 이외 사업에서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메탈과 부산물 사업의 호조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며 “정광 공급망은 회복 중이고 제품 수요는 견조해 하반기와 내년 TC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로 확장…강해진 사이클 대항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업계에선 고려아연을 두고 “올해도 사이클을 이겼다”는 반응이다. 고려아연은 2006년 이후 15년 넘게 매년 10%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800억원으로 첫 ‘1조 클럽’ 가입을 예약한 상태다.

본업인 제련 사업의 불황기를 이겨낸 원동력은 기술력에 있다. 고려아연은 1996년 최창근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제련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해 프리메탈, 부산물을 추가로 생산해내는 TSL(잔재처리) 기술을 개발해 2000년대 중반 금속 회수율을 1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였다. 90%대에 머물러 있는 경쟁 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다.

최근에는 2차전지 소재 분야에 진출해 또 다른 ‘사이클 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려아연은 2018년 LG화학과 손잡고 배터리 핵심 소재 전구체의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업체 켐코를 설립했다. 작년 3월에는 동박 제조업체 케이잼을 세웠다. LG화학과는 전구체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분야는 기존 산업의 연장선에 있어 생산 측면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경기변동 사이클을 이겨내는 고려아연의 강점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