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정치에 휘둘리는 韓기후변화 대책

김상용 기자 2021. 9. 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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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정부, 2050년 탄소중립 선언했지만
과학적 근거 없는 정치적 전략 불과
태양·풍력으로는 전력망 유지 힘들어
탈원전 고집 버리고 합리적 정책 펴야
[서울경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국회가 지난달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투표 결과는 재석 위원 167명 중 찬성 109명, 반대 42명, 기권 16명이었다. 불출석 의원의 수는 132명으로 찬성 의원의 수보다 많았다. 전체 국회의원 중 36.4%만의 찬성으로 국민에게 큰 짐이 될 법안이 가결됐다.

기후변화 논쟁이 수십 년 지속됐지만 과학적 논쟁은 사라지고 분열된 여론으로 기후변화 대책은 정치화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이미 기후변화 재앙이 발생했다면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경제에 실린 그의 칼럼은 비난의 근거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과거 그가 서울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이 현명하게 일한 결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그가 언급한 기상 재앙의 원인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관찰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과학은 항상 뒤에 올 수밖에 없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개입되면서 기후변화 대책은 길을 잃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탄소 중립 대책은 허황하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이익집단에는 승리의 선언이겠지만 이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국민의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탄소 중립 대책은 정치 전략이지 정책이 아니다.

첫째, 자로 금을 긋는 듯한 탄소 중립 계획에는 합리적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준비도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만 했다. 이 계획에 맞춰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침대에 몸을 맞추는 격이다.

둘째, 기후변화영향평가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를 신설했으나 이 제도는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태계를 강화할 뿐이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완장 찬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받고 온실가스 감축 여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최선의 정책을 도모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

셋째, 정의로운전환지원센터 등 정의를 독점하려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가해자가 정치적 우위를 얻기 위한 선전 책동에 불과하다. 탄소 중립 대책으로 근로자만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피해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불합리한 탄소 중립 대책이 국민에게 재앙을 주는 것은 명확하다. 첫째, 탈원전 정책을 사용하면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으로 전력망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전력 공급 비용은 올라가고 안정성은 떨어지며 이산화탄소 감축은 어려워진다. 아무리 큰 배터리를 갖다 놓아도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1.4TWh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용량도 문제지만 비용도 문제다. 이미 오리처럼 변해 버린 비정상적인 전력 수요 패턴으로 전력망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탈원전 정책을 홍보했지만 2019년 대비 2020년 원자력발전 비중은 증가했고 신재생 발전 비중은 줄었다. 정치와 현실의 괴리다.

둘째,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은 2019년 기준 1.7%에 불과하다. 세계 배출량의 27.9%를 배출하는 중국이 줄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더욱이 기후변화의 원인은 다양해서 세계가 모두 탄소 중립을 달성해도 폭서와 가뭄·홍수·산불이 없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 피해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감수하는 피해가 더 크다. 우리보다 연평균 기온이 약 13도 높은 싱가포르는 다양한 자연 생태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 이하이지만 풍요롭다. 대부분 기후변화의 피해 규모가 과장됐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희생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에 보조금을 요구하는 기후변화 이해 집단을 먼저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위해 법안을 통과시키며 웃을 때, 국민은 현실 속에서 신음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방안과 함께 합리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김상용 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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