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에 뒤집힌 팩트..한국경제 '모더나행 1600만원' 기사의 진실

박정훈 2021. 9. 6.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훈 기자]

 <한국경제>가 5일 오후에 낸 <[단독] '모더나행' 항공료만 1600만원 들었는데…결국 또 펑크> 기사.
ⓒ 포털 캡처
 
"향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요청함"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례적으로 <한국경제>가 이날 온라인판에 게재한 '[단독] 모더나행 항공료만 1600만원 들었는데..결국 또 펑크'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해당 보도에서 "정부대표단이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백신 공급 차질에 항의했으나, 9월 5일까지 공급량은 420만 6천 회분에 불과해서 약속한 701만회분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그러나 정부 대표단은 전체 출장비로 비행기 표 1600만 원 등 전체 출장비로 약 1900만 원을 사용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한국경제> 보도와 달리 "9월 6일까지 701만 회분에 가까운 675만 9천 회분의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라며, "대표단 출장의 목적과 결과를 고려할 때, 여비를 이유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호화 관광을 갔다고? 
   
<한국경제>의 보도는 누리꾼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백신 물량 확보 노력을 폄하하고, 백신 수급 문제와 전혀 관련 없는 출장비를 문제 삼으며 본질을 호도했다는 지적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비롯해 3명으로 구성된 출장단의 항공료가 약 1594만원이었고, 강 차관의 호텔 숙박료를 포함해 1박 2일 일정에 19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고액의 출장비를 써서 대표단을 파견했음에도 백신이 제대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여기에 더해 자료를 제공한 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를 링크하며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에, 호텔은 스위트룸이라니, 공무원분들 백신 구해 오랬더니 호화 관광만 하고 오셨군요"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복지부에 따르면 출장 여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서 처리됐고, '관광' 또한 없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차관의 항공운임은 '1등석 정액'에 해당한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5일 페이스북 글. 한국경제는 해당 기사를 허은아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인용해서 썼다.
ⓒ 허은아 의원 페이스북
<한국경제> 기사의 더 큰 문제는 5분만에 기사의 '주요 팩트'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 기사는 정부가 '모더나로부터 약속받은 280만 회분을 아직 못 받았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초 정부는 예정된 5일보다 물량 공급이 약간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날 오후 4시 40분에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다. 통상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당일 혹은 내일 공급되는 백신 물량을 발표한다. 그러므로 중대본 브리핑까지는 확인하고 기사를 냈어야 한다. 그러나<한국경제>는 오후 4시 37분에 해당 기사를 올렸다. (포털사이트에는 1분 뒤에 송고됐다.)

결국 5분만에 팩트가 뒤집혔다. 4시 42분 경 기자단에게 온 중대본 브리핑 보도자료에는 "9월 6일(월) 모더나 백신 255.2만 회분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는 총 675.9만 회분 공급이 확정된 것으로 모더나사가 약속했던 물량보다 25만 1000회분이 부족한 것이다. 280만 회분을 아직 못 받았다는 <한국경제> 보도와는 차이가 크다. 

결국 <한국경제>는 "뒤늦게 6일 공급량을 더해도 모더나가 약속한 물량보다 25만회분 부족하다"라고 기사를 수정했다. 

"악의적인 보도... 공익 무시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은 "<한국경제> 보도는 '백신의 정치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백신 컨트롤타워의 신뢰를 떨어트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면서 "이런 기사가 나오면 공무원들은 자기검열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에게 약속한 일부 물량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언론이 (백신 코로나19 보도에서)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심을 끌어 클릭만 유도한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라고 전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헤드라인을 이렇게 쓰면 정부가 무능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 근거 없이 언론이 방역을 담당하는 정부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은,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공익과도 거리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정보를 숨기거나 침소봉대해서 '자랑'을 한다면 그것은 비판할 수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노력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결합한 일부 언론이 계속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