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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수원이 탈원전 단체에 지급한 용역대금 25억..왜 논란인가

문희철 입력 2021. 09. 07. 03:00 수정 2021. 09. 0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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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이른바 탈원전 시민단체에 총 25억여 원의 연구 용역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의 모습. [뉴스1]


원자력 산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일부 시민단체가 최근 10년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원전 관련 기관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용역을 받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은 “원자력 유관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원 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이른바 ‘탈원전’을 주장하는 주요 시민단체의 법인·관계자 등이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약 26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원전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이 이들 단체에 지급한 용역비 규모가 처음 확인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원자력안전과미래·에네시스 등 시민단체가 수주한 용역은 주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내용이었다.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자력발전소(한빛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용역을 6차례 수행하면서 건별로 2억~9억원대, 총 25억여 억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7000만원), 한국원자력연구원(1000여 만원) 등에서 1억원 가까운 용역 대금을 받았다.〈도표 참조〉

그래픽 차준홍 기자

① 이례적 수의계약 vs 지역주민의 요청


한수원은 주로 원전 정밀 점검 같은 기술 분야에서 전문기관·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데 시민단체가 이를 수주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영식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2016~2021년 용역 계약 체결 내역에 따르면, 전체 4962건의 외부 용역 계약 중 시민단체가 수행한 용역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한빛원전 용역 계약뿐이다.

게다가 한수원은 수의계약·지명계약 방식으로 시민단체에 용역을 맡겼다. 용역을 수행한 시민단체가 계약서상 영리 사업자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예컨대 환경단체로 알려진 원자력안전과미래는 사업자등록번호상 개인과세 사업자다. 원전 용역을 수주한 또 다른 시민단체인 에네시스 역시 영리 사업자다. 한병섭 전 에네시스 대표는 과기정통부에 등록된 법인(원자력안전방재연구조합)에서 활동 중이다.

그래픽 차준홍 기자


한수원이 이들에게 용역을 맡긴 것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원자로를 담고 있는 용기(원자로 헤드)의 제어봉 통로 역할을 하는 설비에 균열이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이 구성한 안전성 검증단이 우리(시민단체)를 추천해 용역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정했기 때문에 계약서상으로 한수원이 수의·지명계약 방식으로 용역을 맡긴 것”이라며 “엄밀히 따지면 이번 계약의 갑(甲)은 지역 주민, 을(乙)은 시민단체, 병(丙)은 한수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에게 용역을 맡긴 한수원 한빛원전 측은 “정부와 국회·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가 합의한 대로 한수원은 비용만 지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원자력수력은 이례적인 계약 방식으로 시민단체에 총 25억여 원의 용역을 맡겼다. 사진은 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 6호기. [뉴스1]


시민단체 간 연구용역을 ‘품앗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자력안전과미래가 수주한 용역에는 한병섭 전 에네시스 대표가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고, 에네시스가 수주한 용역에는 이정윤 대표가 참여해서다. 한병섭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규정상 연구용역에는 기술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며 “특급기술자 자격으로 안전 해석 등 업무를 하면서 정당하게 업무수행비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② “가짜 전문가” vs “한수원도 인정”


용역 보고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원전 전문가는 보고서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일보의 의뢰로 전체 673페이지 분량의 ‘한빛 3호기 안전성 검증단 기술지원 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보고서만 놓고 보면 스도(pseudo·가짜)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절하했다.

윤 교수는 “보고서는 사용후핵연료와 저장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범위를 대상으로 7개 항목의 안전성 내용을 다루고 있다”며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한수원 자체 조사 내용을 인용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본부가 시민단체에 의뢰해 작성한 용역 보고서 중 일부. 시민단체는 용역을 수행한 뒤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제출했다. 문희철 기자


시민단체 측은 “연구에만 몰두해온 학자들의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이정윤 대표는 ‘한빛 3호기 안전성 검증단 기술지원 용역’ 보고서에 대해 “두 달동안 14명의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해 수백 건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다”며 “한수원이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보고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인력이 대거 투입된 용역이었지만 외려 한수원에서 예산을 제한해 정상적인 인건비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등 오히려 손해를 봤다. 하지만 용역 결과는 정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빛원전 안전성 검증단이 용역을 마치고 제출한 보고서의 결론과 건의사항 내용. 문희철 기자


익명으로 처리된 전문가 검증단 리스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교수는 “전문가 14명 중 (이정윤 대표를 제외한) 13명은 익명으로 처리돼 있다. 활동비·인건비 등을 기재한 예산명세 현황표 등이 확인된다면 보고서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증단에 참여한 전문가의 실명이 공개되면 한수원으로부터 공격이나 로비를 받을 수 있어서 일부러 비공개했다”며 “이론적인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연구원보다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가 참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보다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맞섰다.



그래픽 차준홍 기자

③ 도마 위에 오른 한수원 신뢰성


이처럼 시민단체가 수행한 용역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비판의 화살은 한수원으로 향하고 있다. 애초에 지역 주민과 이해 관계자에게 원전 안전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전문가 검증단을 추천했다면 이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수원 한빛본부 측은 “지역사회 추천을 기반으로 분과별 실무조사팀이 조사·검증 활동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한수원이 현실적으로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김영식 의원은 “무엇보다 탈원전 단체가 어떻게 대규모 용역을 수주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실투성이 결과 보고서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문희철기자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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