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 거센 미국, 접종 기피율 27%..러 43% 가장 높아

정은혜 2021. 9. 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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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국 조사..한국은 16%로 6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기피율'이 15개국 가운데 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기피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현재 접종 계획이 없고 향후에도 불확실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는 지난 8월 24일~30일에 걸쳐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한국, 일본 등 15개국에서 매주 7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백신 기피율은 러시아가 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서방 국가 가운데서는 미국이 2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들의 평균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모닝컨설트는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호주와 일본, 한국의 백신 기피율이 각각 18%, 17%, 16%로 집계됐다. 백신 기피 반응이 가장 낮은 나라는 중국으로 2%에 불과했다.

각국의 백신 기피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신기피율을 세분화해 적극적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정도로 따지면 한국은 영국·일본과 함께 15개국 중 8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캐나다나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백신을 거부하는 비율은 낮고 추이를 관망하는 '(향후 접종 계획)불확실'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조사를 시작한 4월보다는 각국의 백신 기피 경향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 부작용 우려가 다소 불식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백신 기피율이 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26일부터 8월 30일 사이 다른 국가들은 평균 16%P 감소하는 동안 미국은 6%P, 러시아는 9%P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승인했지만 불신도 심한 러시아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얀센, 스푸트니크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최근까지도 백신 기피 경향이 뚜렷한 국가의 국민들은 자국 보건 당국과 방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의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지난달 26일 러시아인들의 자국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이 러시아의 방역 정책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는 자국 백신 '스푸트니크V'를 전 세계서 가장 먼저 사용 승인했다. 하지만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년이 지난 현재 러시아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빠른 승인이 도리어 국민의 불신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더 컨버세이션은 분석했다. 2019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응답자의 41%는 의료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이런 자국 기관에 대한 불신의 풍토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음모론 판치는 미국, 경제 회복에도 영향


미국에서는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하거나 음모론을 믿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인구가 여전히 많다고 다수의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B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를 끈 콘텐트는 백신 부작용에 관한 뉴스로, 1~3월 사이 약 5400만명이 페이스북 링크로 해당 기사를 접했다. 플로리다주(州)에 사는 건강한 산부인과 의사 그레고리 마이클(56)이 지난해 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뒤 16일 만에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백신 기피율 좀처럼 줄지 않는 미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달 26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백신 음모론자들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화이자 백신 완전 승인 이후에도 여전히 음모론을 맹렬히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음모론자들은 현재 나온 백신들이 '긴급 사용 승인'이 됐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이 미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최근 FDA가 화이자 백신에 대해 완전히 승인하자 "FDA가 '실제로는' 화이자 백신을 완전히 승인한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이런 음모론이 아무리 황당한 것처럼 보여도, 주요한 백신 회의론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이를 믿는 풍토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백신 기피 반응은 '비이성적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8월 고용지표가 저조한 것은 델타변이와 백신 미접종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앞서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서는 신규 고용이 예상치(72만명)의 3분의1 수준(23만50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미접종자들로 인해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서 "너무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우리 경제에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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