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괴문서'라는데..점점 실체 뚜렷해지는 '고발장'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문제의 고발장을 ‘괴문서’로 규정했지만, 이 문서의 실체가 있다는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된 의혹이 있는 고발장 두 건 중 한 건이 실제 고발로 이어진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이 과정에 또 다른 검사 출신 의원이 관여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현직 검사의 관여 의혹은 수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 전 총장이 ‘괴문서’로 규정한 지 하루 만에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직면했다. 미래통합당이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문제의 고발장 중 하나가 검사 출신인 정점식 의원과 당무감사실을 거쳐 지난해 8월 실제 고발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고발장은 지난해 4월8일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전달된 고발장과 대동소이하다. 고발 대상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기재한 점까지 같다.
정 의원이 새로운 연결고리로 지목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정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2차장,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인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검찰에서 공안부(현 공공수사부)가 담당한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이 당내 인사들을 거쳐 정 의원에게 전달된 것인지, 정 의원에게도 당 밖에서 고발장이 전달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정 의원은 보좌진을 통해 고발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보좌진 측은 입수경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의 경우처럼 당시 제보가 많았기에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초 고발장 전달 이후 왜 4개월이 지나 고발에 나섰는지, 당 차원의 의사 결정을 통해 고발이 이뤄졌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고발장 내용과 형식, 전달 시점을 놓고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전혀 다른 사건을 한데 묶어 고발장이 쓰여진 데다, 당시는 자신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반대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문제의 고발장은 시민단체의 일반적인 고발장과 달리 검찰과 경찰에서 사용되는 민원서식이 사용됐다. 이들 서식은 대검찰청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고발장에 사용된 피고발인들의 생년월일은 법조계 인명사전으로 사용되는 ‘법조인대관’을 참고한 흔적이 보인다. 고발장에는 변호사 출신인 최강욱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생년월일이 실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아닌 법조인대관의 생년월일로 기재됐다. 문장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피의자에 대해 서술할 경우 줄을 바꾸는 검찰의 공소장 작성 방식과 검찰 공식문서의 서식부호가 똑같이 사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모두 법조계 인사가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다.
의혹 제기의 발단이 된 텔레그램 메시지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작업도 막바지에 돌입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주말부터 제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법률 검토를 해봤더니 5개 이상 죄목에 해당한다고 가정할 여지가 있다”며 대검찰청 진상조사의 수사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초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되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관여가 일부라도 드러날 경우 윤 전 총장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검찰조직의 수장인데 (손준성 검사가) 검사가 해선 안 될 일로 생각될 수 있을 만한 일을 했다면 관리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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