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앙일보

"몰랐는데 옆집 성골, 난 노비"..국민지원금이 가른 '新골품제'

채혜선 입력 2021. 09. 09. 22:16 수정 2021. 09. 10. 09:42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9일 서울 강북구 수유재래시장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대학 휴학생 A씨(25)는 최근 자신의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난지원금에 탈락했다”고 올린 글을 본 뒤 기분이 씁쓸해졌다고 했다. A씨는 9일 “친구가 자신이 상위 12%에 든다며 은근 자랑하는 것 같았다”며 “돈을 받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는데 가난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성골과 평민 나눈 ‘재난지원금 계급표’ 등장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재난지원금 계급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주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새로운 빈부 격차를 만드는 등 계층 간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라 시대의 골품제를 빗댄 ‘현대판 골품제’를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재난지원금 계급표’가 떠돈다. 이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들은 ‘평민’(재난지원금 지급)과 ‘노비’(재난지원금 지급+10만원)로 분류된다. 재산세 과세 표준과 금융소득·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한 이들은 상위 3%로, ‘성골’에 속한다. 금융소득과 건강보험료 기준을 넘으면 ‘진골’(상위 7%), 건강보험료 기준만 초과하면 ‘6두품’(상위 12%)에 비유됐다.


“박탈감” “자격지심”…코로나19가 만든 新계급?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원 대상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인 주부 김모(32)씨는 “주변을 보니 서로 사는 건 비슷한데 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말하니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지난 8일 “나는 받는데 친구는 못 받는다고 하니 자격지심을 느꼈다. 친구가 부러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원 대상이 아닌 쪽을 향한 날 선 반응이 뒤따르기도 한다. “재난지원금 못 받아서 서글프다”며 한 대학생이 올린 글에는 “너희 집이 잘산다고 자랑하냐”고 쏘아붙이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재난지원금 선정 안 된 거 굳이 SNS에 올리는 친구들은 자기가 부자인 걸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는 거 같은데 그런 걸 즐기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여기에는 1000여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한때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급 대상이 아닌 쪽은 “정말로 못 사는데 못 받는다”며 하소연했고, 받는 쪽은 “안 받더라도 잘 사는 그 형편이 차라리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자체는 쏟아지는 이의신청에 골머리


6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공식 사용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자 선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은 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6일부터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6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5만 2000여건으로 파악됐다.

이의 신청이 폭주하면서 지자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지자체는 국민신문고나 전화·방문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 민원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경기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수원시(8월 기준 118만 명)의 관계자는 “지난 나흘간 콜센터 유선 상담으로 1만 3000여건, 이의 신청만 1219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문의 대부분은 지급 대상 제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수원시 관계자는 전했다.

오는 13일부터 국민지원금 오프라인 신청이 시작되면서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오프라인 신청 첫 주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가 적용되지만, 찾아오는 민원인들은 보통 설명부터 요구한다”며 “이의 신청 관련 민원이 이미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 신청까지 감당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