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고려 안하겠다더니.. 11건이나 제쳐두고 '윤석열 수사' 착수한 공수처

이배운 2021. 9. 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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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윤석열 피의자 입건'..'고발 사주' 의혹에 4개 혐의 적용
野 "여당이 제기한 문제만 기습 남침하듯 수사..정권보위·야당탄압 '괴물 공수처'"
공수처 "사람도 가진 것도 없지만 전체 수사팀을 투입하더라도 신속히 의혹 정리할 것"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에 참석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청탁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 접수부터 강제수사 개시까지 불과 나흘밖에 걸리지 않으면서, 공수처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이례적으로 신속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10일 취재진을 만나 "윤 전 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은 입건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팀은 10일 오전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자택, 김 의원의 여의도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주요 사건 관계인으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6일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로부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틀 만인 8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공제13호'를 부여하고, 10일 오전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수사가 마무리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특채 의혹 사건(공제1·2호)’을 제외하고 11건의 사건을 제쳐둔 조치다.


이는 ‘수사 일정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기조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처장은 지난 6월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공수처가 윤 전 총장 관련 수사에 착수하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이 안 생기도록 처리할 것"이라며 "정치 일정을 보고 사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공수처가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을 다 피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아 보인다"며 "그러한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정치적인 고려나 판단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법률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기존에 접수된 모든 사건을 건너뛰고 곧바로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야권의 비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게 세월을 늦추기만 하다가, 여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기습 남침하듯이 하는 수사 당국 조치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결국 오로지 정권 보위와 야당 탄압을 위한 '괴물 공수처'였다. 아예 이름을 '정권 보위처'로 바꾸라"며 "제1야당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을 밀어붙인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수사 능력도 없는 공수처가 보여주기식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며 "집권 세력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수처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황상진 공수처 대변인은 10일 기자들을 만나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나게 중대한 범죄"라며 "이 사건 특성상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변인은 이어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커서 다른 사건들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강제수사를 한 거지,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공수처가 사람도 별로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이 사건은 전체 수사팀을 투입하더라도 신속하게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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