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인앱결제 금지' 애플에 "반경쟁적..90일 내에 허용하라"

양범수 기자 2021. 9. 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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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내 앱에 외부 결제용 링크 허용하라"
"애플, 반독점법에 비췄을 때 독점 기업은 아냐"
에픽게임스, 애플 건너뛴 결제 시스템 구축은 계약 위반
애플·에픽게임스 모두 항소 예상..결론까지 수년 더 걸릴 듯

애플이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할 수 없도록 막은 것은 ‘반(反)경쟁적 조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10일(현지 시각) 나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애플 스토어의 모습. /연합뉴스.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이날 개발자들이 앱 이용자에게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은 대안적인 ‘인앱(in-app) 결제’ 방식 제공을 막은 애플의 금지 조치가 반경쟁적이라고 판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법원은 애플이 90일 내에 개발자들이 앱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는 것을 반드시 허용하도록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이 최대 30%에 달하는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본 곤잘레즈 로저스 판사는 “법원은 애플의 (결제 때 앱) 외부이동 차단(anti-steering) 조항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불법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억압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외부이동 차단 조항은 반경쟁적이며 이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전국적인 처방은 정당하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애플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점 기업은 아니며 “성공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로저스 판사는 “재판 기록을 고려할 때 법원은 연방 또는 주(州) 정부의 반독점법에 비춰 애플이 독점기업이라고 궁극적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애플에 제기된 10개 소송 쟁점 가운데 반독점법 위반 등 9개 쟁점에서는 기각했고, 캘리포니아 주법상 반경쟁적 행위에 관여한 혐의만 인정됐다. 캘리포니아주 및 연방의 반독점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출시 1주년을 맞아 기념 아이템과 특별 이벤트를 선보인다. /에픽게임즈 제공

이번 재판은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스가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관행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작년 8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열렸다.

애플은 자사의 앱 마켓인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이용자드이 앱을 구매·설치할 수 있도록 해 왔는데, 에픽게임스는 지난해 8월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자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해당 게임을 퇴출했고 에픽게임즈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경쟁 앱스토어의 등장을 가로막아 독점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애플이 앱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앱스토어가 아닌 곳에서도 이용자들이 자사 게임을 내려받고 인앱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는 애플의 평가·검토를 거쳐 보안상 안전한 앱만 올라오며 이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으로 30%의 수수료는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면 이런 평가·검토 절차를 건너뛴 앱도 아이폰에 내려받을 수 있게 돼 사이버 위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에픽게임스가 지난해 8월 이용자들이 애플 수수료를 건너뛰고 에픽게임스에 직접 돈을 내는 게임 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애플과의 계약 위반이라며 그 손실액을 애플에 지불하라고 했다. 직접 결제 시스템을 통해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들에게서 받은 판매액의 30%를 애플에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NYT는 이번 판결로 애플이나 에픽게임스로서는 각자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애플로서는 ‘반독점법 위반 기업’이란 딱지를 피했고, 에픽게임스는 앱 외부 결제 허용이란 성과를 따낸 것이다.

이번 재판은 앱 개발자와 애플·구글 같은 앱 마켓 운영자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돼 IT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아왔다.

WSJ은 이번 소송이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담장이 둘러진 정원에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잘 조율된 아이폰’이라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비전과 더 개방적인 생태계를 원하는 에픽게임스의 공동창업자 팀 스위니의 욕망 사이의 충돌이었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1천억달러(약 117조원) 규모에 달하는 온라인 시장이 뒤바뀔 수 있다며 어쩌면 애플에는 가장 타격이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다만 애플이나 에픽게임스 모두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보여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부결제 링크 도입 시기도 더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90일의 유예 기간을 줬는데 이 안에 애플이 항소하면서 이 조치의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개연성이 높다고 NYT는 전했다.

애플은 이날 법원의 결정 뒤 “오늘 법원은 우리가 줄곧 알고 있던 것을 재확인했다”며 “앱스토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앱스토어가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앱 마켓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이라며 “이 마켓(앱스토어)는 번창하는 개발자 공동체와 210만여명의 미국 일자리를 지원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곳”이라고 했다.

에픽게임스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스위니 에픽게임스 최고경영자(CEO)도 SNS(소셜미디어에) “에픽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스위니 CEO는 법원이 기업들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인앱 방식으로 거래를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이용자들이 링크를 거쳐 외부 웹사이트로 가 결제하도록 한 것이 불만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판결은 개발자나 소비자에게 승리가 아니다”라며 “포트나이트는 인앱 결제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앱스토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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