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수도 없는 구찌가방 460만원..가상현실 뛰어든 유통가

배정원 2021. 9.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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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게임 '심즈4'에 롯데 동탄점을 구축했다. 롯데그룹은 메타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사진 롯데쇼핑

“1층에는 젠틀몬스터 매장 꾸미고, 수족관 카페도 지어볼까?”

롯데백화점은 최근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4’에 롯데 동탄점을 만들었다. 글로벌 게임사 EA와 손잡고 가상의 백화점 공간을 구축한 것이다. 게임 이용자는 각자 꾸민 공간으로 경쟁해 시그니엘호텔 숙박권, 롯데 상품권 등 경품도 노려볼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통해 놀고, 먹고, 쇼핑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가상 플랫폼 메타버스에 발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과거엔 단순히 게임 속 세상으로 치부됐지만, 아바타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소비하며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연동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상현실’ 한강에서 라면 먹고 커피 마시고


편의점 CU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편의점을 만들었다. 게임 유저는 아바타를 통해 라면을 끓여먹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 BGF리테일
그중에서도 롯데그룹은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메타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메타버스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메타버스 전담팀을 신설했다. 연말까지 모바일 방송과 연계해 소비자가 아바타로 쇼호스트와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활성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한강공원맵에 ‘CU제페토한강점’을 오픈했다. 매장엔 삼각김밥과 핫바, 스낵 등을 진열했고 즉석조리라면 기기도 설치했다. 루프탑에는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즉석 원두커피 머신과 의자도 마련했다. CU는 이 매장을 시작으로 제페토 내 인기 맵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화점·편의점·호텔까지 메타버스로


랄프 로렌은 뉴욕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 스토어, 랄프스 커피, 센트럴 파크 등 3개의 가상 공간을 제공한다. 사진 랄프 로렌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달 호텔 업계 최초로 제페토에 서핑 호텔을 연다. 지난 7월 강원도 양양에 개장한 서핑 전문 호텔 브리드호텔양양을 메타버스에 구현했다. 호텔 관계자는 “브리드호텔양양은 단순 숙박시설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마케팅 전략으로 주요 타깃인 MZ세대와 소통할 계획”이라고 했다.

GS리테일 역시 11월 말 메타버스의 ‘원조격’인 싸이월드에 쇼핑 채널을 선보인다. 싸이월드에 조성된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홈쇼핑 GS샵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퀵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향후 라이브커머스 기능을 추가하고, GS리테일 전용 미니홈피도 개설할 방침이다.


실제보다 800만원 더 비싼 ‘디지털’ 구찌


제페토에는 구찌 IP를 활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고객과의 접촉이 제한된 현실과 달리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포트나이트·로블록스·제페토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소통을 넘어 상거래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그중에서도 아바타에게 입히는 디지털 의류를 파는 D2A(Direct to Avata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선 이탈리아 명품 구찌의 ‘디오니소스 디지털 전용 가방’이 4115달러(약 465만원)에 거래됐다.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한정판’ 가방으로, 들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실제 가방(약 3400달러)보다 더 비싸게 팔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고 있지만, 쇼핑에는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안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체험할 수 있는 생생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소비자가 메타버스에서 경험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도록 유도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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