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불공평한 나라"..재난지원금 배제된 조선족 뿔났다

오진영 기자 2021. 9.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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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차이나타운의 한 마라탕 가게.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SNS에 입소문을 탄 식당이지만 이날 매장은 2테이블을 제외하고 텅 비어 있었다. 인근 대학교들이 2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데다 번화가 자체에 방문객이 줄어든 탓이다. 중국 국적의 업주는 "재난지원금은커녕 자영업 지원금도 없다"며 "한국 사장님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6일부터 지급·신청이 시작된 재난지원금을 두고 중국동포(조선족)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합법적으로 국내 체류 허가를 받아 영업중이지만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평등하게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민들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예산 확보 등의 이유로 당분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포들도 똑같이 힘든데"…재난지원금 못 받는 중국국적 조선족 동포들 '하소연'
12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중국음식 문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12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대림역 인근의 중국동포 밀집지역(차이나타운) 내 가게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 "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이 재난지원금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출은 크게 떨어진 반면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광진구에서 한 중국식 전병 가게를 운영하는 류모씨(43)는 "타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와 다르게 지원이 전혀 없다"며 "중국 음식 가게는 대학생들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유지가 되는데 코로나19로 대학도 쉬고 관광객도 안오면서 하루 매출이 거의 '0'"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포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반응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동포 커뮤니티에는 신청 첫날인 지난 6일부터 '재난지원금 받는 방법' '신청 절차' 등의 해쉬태그(#)와 함께 카드사 지원 절차를 담은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자신이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한국을 비난하는 글도 등장했다. 한 중국 동포 누리꾼은 "세금은 왕창 걷고 지원금은 쥐꼬리"라며 "한국은 불공평한 나라"라는 글을 적어 '베스트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국 포를 포함한 외국인이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인 외국인 중 1개에 해당하면 대상이 된다. 결혼이민자 비자인 'F-6 비자'나 영주권자 비자인 'F-5비자'를 소지한 경우도 포함한다. 이같은 비율은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중 15% 수준이다.

중국 동포들은 이같은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동포 유학생 A씨(24)는 "공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유학생부터 자영업자들까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이 시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납세 등 의무를 다했다면 공평하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인도 못 받는데 외국인까지?"…반발 정서에 '갈등'
추석을 2주 앞둔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1.9.7/사진 = 뉴스1

그러나 실제로 재난지원금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지급될지는 미지수다. 재난지원금 지급 확대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큰데다 인권위원회의 잇단 권고에도 지자체가 배제된 외국인을 상대로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예산 확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다.

지난 9일 이주민 단체들은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결정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6월 서울시와 경기도에게 '긴급재난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10월과 지난 1월에도 경기도·경남도 등을 대상으로 재차 권고했으나 지자체는 '장기적 검토'라며 유보했다.

지자체가 아닌 정부의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규정이 없어 권고의 대상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인권위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대상으로 '외국인을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기각하며 "중앙정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결정은 정부의 재량범위"라고 했다.

지급 대상에 외국인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국민들도 많아 당분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민모씨(53)는 "태어나서 줄곧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 온 사람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동포들의 어려움은 공감하나 지금 상황에서 '외국인까지' 챙겨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반감을 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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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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