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토양·물에서도 방사성 물질 검출..원안위는 왜 외부 유출 없다고 하나

김정수 입력 2021. 9. 12. 16:36 수정 2021. 9. 1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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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
원안위, 원전부지 경계 기준으로 '환경' 판단
지하유출 포함 비계획적 배출기준 만들어야
삼중수소 지하 누출이 확인된 월성원전 1호기. 연합뉴스

‘월성원전 지하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냉각수가 누설되고 있다. 저장조 주변 토양과 물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핵종이 검출됐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 1차 조사 결과의 핵심 내용이다. 이런 발표 결과를 두고 ‘지하’는 ‘외부’가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누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여전히 외부 환경으로의 누출로 판단하지 않고 추가 조사를 하겠다며 느긋한 이유가 원안위의 안일한 인식과 합리적이지 않은 유출 기준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1997년에 월성1호기 지하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벽체 균열 보수공사를 부실 시공하는 바람에 저장조에서 새나오는 냉각수가 차수막과 차수벽 사이 틈새로 유출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안전 보강공사 과정에서 차수막에 구멍을 낸 부분이 한수원이 지금까지 밝혔던 2곳이 아니라 7곳이라는 점도 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사단은 “1997년 이후부터는 (차수막이) 의도했던 차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차수막은 저장조에서 누설된 냉각수가 지하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설비다. 차수막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은 누설되는 냉각수가 지하 환경으로 유입된다는 의미다. 실제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서는 1997년 이후 거듭된 보강 공사에도 여전히 냉각수 누설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사단은 저장조 남측 벽체에서 자체처분허용기준의 최대 4.5배(45만Bq/L)의 삼중수소가 새나오고 있는 것을 획인했다. 특히 저장조 주변 지하 토양에서는 감마핵종인 세슘-137이 원전 자체처분허용기준의 3.7배(0.37Bq/L)나 검출됐고, 물 시료에서는 최대 75만6000Bq/L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터빈갤러리) 맨홀에 고인물에서도 70만Bq/L이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된 바 있다. 2019년 8월~2020년 5월 사이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아래 지하수에서도 최고 3만970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한수원은 공기 중 삼중수소가 농축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저장조 등의 구조물 손상에 의한 누출을 부인해왔다.

조사단의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구조물 손상에 의한 방사성 물질이 지하로 누출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원안위와 조사단은 여전히 외부 환경으로의 누출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방사성 물질 배출을 관리하는 원안위가 원전 부지 경계 외부만 환경으로 보는 2차원의 평면적 환경 개념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이 원전 부지 지하로 아무리 누출돼도 원전 부지 경계 외부에서 측정되지만 않으면 환경 누출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출관리기준도 지정된 방사성물질 배출구를 통한 계획적 배출에 대해서만 설정하고, 지하 유출을 포함한 비계획적인 배출에 대해서는 관리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안위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원안위가 부지 지하는 환경으로 간주하지 않고, 비계획적 배출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방사능 물질 지하 유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원전부지 지하 오염은 지금은 방치해도 폐로를 할 때는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어 결국 폐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안위가 관련 규정과 근거를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업자가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내부를 누설에 취약한 에폭시에서 스테인리스제로 바꾸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10일 성명을 내 비계획적 유출 계획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는 이미 2013년 원자로 관련 법규를 개정해 감시를 강화했다”며 “원안위는 (주변 오염) 사실에 대해 인지했고, 감시와 조사의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그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조사단은 발표 자료에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주변 지하 방사성물질 오염에 대한 전면적 제거와 추가 오염 방지 조처 계획에 대한 설명 없이 “저장조 차수막 보수를 위한 굴착공사 중 확인된 오염 토양은 핵종 농도분석 결과에 따라 자체처분 또는 방사성폐기물로 처분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유조선 좌초 사고가 났을 때 좌초 원인 조사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오일 펜스를 치는 일인 것처럼 월성원전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도 계속 새나오고 있을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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