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퇴출 나선 중국, 원서 못보게 하고 시험도 줄인다

최아리 기자 2021. 9.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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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서방 영향력 줄이려는 의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에 거리에 설치된 시진핑 사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EPA 연합뉴스

중국이 영어 공부를 줄이고, 서방 영향력을 최소화하며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NYT)가 지난 9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교육 당국은 지난달 이 지역 초등학교가 기말고사에서 영어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정했다. 넓은 의미에서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의 일환이지만, 서방 국가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대신 이 지역에서는 영어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관련 학습자료’라는 교과서를 의무로 읽어야 한다. 영어 공부 대신 중국 공산당 이념을 주입하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퍼지는 영어 공부 반대 움직임은 개방 정책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때 영어 공부는 중국 개혁·개방 정책과 동의어로 여겨졌다. 개방 정책은 중국을 닫힌 나라에서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키우는 성장 동력이었다. NYT는 현재 현상에 대해 중국이 “후진 기어를 넣고 있다”고 했다.

상하이 뿐 아니라 작년 중국 교육 당국은 초·중학교에서 해외 교과서를 쓰는 것을 막았다. 올해 정부 자문단은 대학 입학 능력 시험에서 영어 과목을 빼는 것을 추천했다. 이번 여름부터 시작된 사교육 금지 조치는 수 년간 영어를 가르치는 사업을 해온 회사들에게도 큰 타격을 줬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에도 반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NYT에 “저널리즘, 헌법 같이 더 예민한 과목일수록 영어 원서나 번역본을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허용한 교재들은 학문적 가치가 아닌 정부 충성도에 따라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라고 했다.

이번 여름 칭화대는 신입생들에게 ‘노인과 바다’ 중국어 번역본을 합격 선물로 보냈다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편지에 칭화대 총장은 “학생들이 용기와 인내를 배우기를 원한다”고 썼으나 일부 소셜미디어에선 “왜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작품을 택했냐”는 글이 올라왔다.

NYT는 수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1982년 중국의 1000만가구가 BBC 영어 교육 프로그램 ‘팔로우미’를 시청했고, ‘영어 배우기’라는 이름의 잡지는 50만부가 팔렸다. 2019년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에 따르면 2018년 중국 학생 2억여명이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까지 외국어 수업을 들었고, 그 중 다수는 영어를 배우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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