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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가격 급등에 택시기사 휘청.. "최저임금 수준 겨우 벌어"

이은영 기자 입력 2021. 0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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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LPG 가격.. 7년만에 최고
택시기사들 "코로나로 손님 줄어들고 기름값 부담도 커져"
하루 절반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내는데, 손에 들어오는 돈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이다. 여기다 LPG값까지 오르니 도저히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2년 넘게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영업을 해온 60대 택시 기사 문모씨는 “코로나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든 지는 1년이 넘었고, 여기다 기름값도 많이 올라 남는 게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루 10만원을 벌면 주유하는 데에만 절반가량을 쓴다”며 한숨을 뱉었다.

일러스트=정다운

최근 액화석유가스(LPG) 값이 큰 폭으로 연달아 오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울상이던 택시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거리두기 조치로 이미 고사 직전인데 LPG 값까지 올랐다”며 “면허라도 팔아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13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SK가스 기준 올해 1월 1L당 796.2원이던 LPG 평균 판매 가격은 6월 883.63원으로 100원 가까이 올랐다. 이후 7월 911.66원, 8월 883.63원을 기록하다 이달 들어 900원을 훌쩍 넘긴 988.17원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의 최고가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는 택시 기사들은 유류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거리에서 날리는 기름값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정부가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유가보조금 지원을 시작해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휘발유 차량이 아닌 LPG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1L당 197.97원의 유가보조금이 나오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한다.

구로구에서 택시 기사 일을 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매달 유가보조금 10만원 정도가 들어오긴 하지만, 생계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거리두기가 끝나거나 유류비가 내리거나 둘 중 하나는 돼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달 4일 서울의 한 LPG 충전소에 LPG 가격표가 붙어 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더 막막한 상황이다. 법인택시의 경우 정부 유가보조금과 별개로 회사에서 일정 금액의 유류비를 지원해주지만, 개인택시의 경우 늘어난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70대 택시 기사 황모씨는 “LPG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코로나로 손님은 없다”며 “뼈 빠지게 일해야 월 200만원쯤 번다.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021년 최저임금(8720원)을 적용한 한 달 임금은 182만2480원. 택시 기사들이 말한 평균 월급 ‘200만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황씨는 “하루 수입이 15만원이라고 치면, 그 중 5만원은 고스란히 유류비로 빠져나간다. 매달 주유소에 바치는 돈만 100만원”이라며 “그런데 LPG 값이 자꾸 오르는 바람에 한 달 만에 유류비 부담이 10만원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늘어난 비용 부담은 실직으로 이어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은 평균적으로 수입의 30%정도를 유류비에 쓴다. 최근 LPG 가격이 많이 올라서 기사들이 수입이 너무 적다며 그만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집계치인 6월 30일 기준 ‘전국 택시대수 및 운전자 현황’에 따르면, 전월 대비 등록 대수는 542대, 운전종사자는 1272명 감소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LPG 수입회사들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진을 남기려고만 한다고 비판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LPG 수입사들은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때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국제유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바로 비싸게 판매하려고 한다”며 “수입사들은 보통 가장 쌀 때 LPG를 구입하는데 점점 더 가격을 올려 기사들의 부담만 커져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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