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 느낀다"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해법 없나
전문가 "탈레반 같은 무장단체 이슬람 전부 아냐..공존할 수 있는 길 모색해야"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민과 무슬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7월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 명령을 철회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공사 재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지역민과 무슬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대구 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슬람사원(모스크) 건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올해 초부터 주택 한복판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서고 있다"라며 "수십년 동안 대현동 경북대 근처 살면서 수많은 외국인들을 봐왔지만 외국인이 대현동에 자기들만의 집단 사회를 만들어 단체 행동을 하고 세력화하는 건 처음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은 주민보다 (무슬림이) 많다"라며 "이슬람 복장을 하고 10~20명씩 거리를 떼거리로 몰려다니는데 위압감을 느낄 때가 많다. 거리에서 아랍어 밖에 안 들린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또 "(무슬림들이) 유학생 푼돈 모아 사원 건축한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도 주택 구입이 힘든 실정인데 유학생들이 돈이 어디서 나서 땅을 사들이고 사원을 건축하는 것이냐"라며 "거대한 이슬람 세력이 우리나라를 이슬람화하려는 전략으로 뒤에서 지원하는 듯하다"라고 의심했다.
A 씨는 "우리주민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벌써 하나 둘 짐을 싸고 있다"라며 "지금도 라마단 기간이면 80~90명 모여서 집단행동을 한다. 저들은 우리 문화에 동화되지도 않는다. 이들은 탈레반처럼 극단주의 수니파가 대다수다. 이슬람국가는 종교의 자유말살, 인권유린, 다양성을 파괴하면서 왜 꼭 민주주의 국가와서 종교의 자유 타령을 하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경북대 인근 지역인 대현동에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다수 거주 중이다. 이슬람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올려야 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사원이 필요하지만 지역민들은 사원 건립을 두고 한국을 이슬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대하는 중이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12월 무슬림들이 대현동 주택가에 모스크 건축을 시작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모스크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역민들은 북구청에 집단 항의했고, 북구청은 같은달 이슬람사원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6개월 넘게 사원 건립이 중단됐었다.
그러다 7월 대구지법이 건축주의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북구청의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일시적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모스크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민과 무슬림 간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일부 지역민들이 모스크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근거 없이 무조건 이슬람 반대를 외치는 것"이라며 "이슬람 혐오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미 7~8년정도 지역에서 문제 없이 살아왔다"라며 "모스크는 예배 공간 부족하기 때문에 짓는 것이지 '한국 이슬람화에 배후세력이 있다' 같은 말들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탈레반, 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이미지가 한국 내 거주하는 무슬림들에게 덧입혀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명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사실 이번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피해 입국한 사람들의 사례만 하더라도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이 무서워 피난을 택한 것"이라며 "탈레반과 같은 무장세력이 많이 비춰지면서 이슬람 표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같은 이슬람 종교라 하더라도 모든 무슬림들을 극단주의 세력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라며 "글로벌 사회로 다양성이 확대되는 만큼 다르지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라고 제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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