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젖소가 달라졌어요.. 가축 화장실로 온실가스 줄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9. 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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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16마리 중 11마리가 배뇨 훈련 통해 화장실 사용법 익혀
화장실로 들어가는 젖소. 인조잔디가 있는 곳에서 배설하면 작은 창으로 당밀 같은 간식을 보상으로 줘 배뇨 훈련을 시켰다./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

농장의 소가 아무데나 오줌을 누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한다. 농담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이뤄졌다. 과학자들이 젖소가 소변을 가릴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유독성 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의 얀 랑바인 박사 연구진은 1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젖소가 특정 장소에서만 오줌을 누도록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소들은 풀을 뜯다가 아무데나 오줌과 똥을 눈다. 이는 토양과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됐다. 최근에는 방목 대신 사육장에 가둬놓고 키우면서 배설물을 한데 모아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좁은 장소에서 똥오줌이 섞이면서 유독성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암모니아는 나중에 토양미생물에 의해 온실가스인 산화질소로 바뀐다. 산화질소는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300배나 된다. 전 세계 암모니아 배출량의 절반이 축산업에서 나온다.

동물심리학자인 랑바인 박사는 “가축은 똥오줌을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젖소도 다른 동물처럼 학습능력이 있어 화장실을 쓰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젖소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관찰하고 있다./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과 함께 ‘무루(MooLoo, 소 화장실)’라고 이름 붙인 배뇨 훈련을 실시했다. 젖소를 키우는 곳에 인조 잔디로 만든 공간을 두고 그곳에 오줌을 누면 바로 작은 창이 열리면서 당밀이나 보리 같은 간식을 제공했다. 화장실은 놀이공원의 출입구처럼 몸으로 밀면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젖소 16마리에게 이뇨제를 주고 우연히 화장실로 가서 배설하면 바로 간식을 줬다.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오줌을 누면 물을 뿌리는 약한 체벌을 줬다. 10~30번 훈련 끝에 젖소 11마리는 화장실 사용법을 터득했다. 랑바인 박사는 “소들은 정말 빨리 배웠다”며 “어린 아기보다 뛰어난 용변 가리기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젖소는 화장실 사용으로 간식을 받지만 인간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더 큰 보상을 얻는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사육하는 수억마리의 소를 감안하면 화장실 사용을 통해 오줌을 80% 수거함으로써 암모니아 배출을 56%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오클랜드대의 린제이 매튜 교수는 2007년 라디오 방송에서 가축의 분뇨가 환경에 해를 주는 데 대해 얘기하다가 진행자로부터 소가 화장실을 쓰게 훈련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14년 만에 그 농담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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