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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간다면?" 학생 질문에 세월호 엄마의 답은

이재환 입력 2021. 09.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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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금마중에서 유가족과 촛불문화제 진행 "하늘 무너졌지만.. 여러분 만나며 하루하루 버텨"

[이재환 기자]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들
ⓒ 이재환
 
세월호 7주기도 벌써 다섯 달이 흘러가고 있다. 요즘 충남 홍성에서는 '학교로 찾아가는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홍성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는 매달 셋째주 목요일 홍성읍 복개주차장에서 열려왔는데, 7주기인 올해는 홍성에 있는 학교와 마을을 직접 찾아가 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른바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제'는 지난 5월 27일 홍동중학교에서 처음 열린 직후, 세월호 유가족들뿐 아니라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많은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3일 홍성문화연대를 주축으로 하는 홍성 시민들은 두 번째 학교인 금마중학교에서 문화제를 진행했다. 전교생이 58명인 금마중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밴드 프리버드, 홍성문화연대가 공연을 펼쳤고, 금마중학교 이동윤·임승휘 학생이 노래로 화답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학생들이 쪽지에 적은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마중학교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날로 돌아간다면 자녀분과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은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울먹이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단원고 2학년 5반 오준영 어머니 임영애(아래 임영애) : "지난 2014년 9월부터 간담회를 시작했다. 4주기 때부터 학생들을 만났다. 그렇게 한다고 우리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포기하지 않는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어째서 8년 동안이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묻곤 한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준영이가 중학생일 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팔찌를 차고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준영이에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었더니, 준영이는 할머니들이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한다고 말했다. 이렇게라도 함께하면 할머니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들도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마음을 보태고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 왜 해경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나.

임영애 :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8년째 묻고 있다. 우리 유가족들은 그 이유를 끝까지 묻고 밝힐 생각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공연 중인 밴드 프리버드
ⓒ 이재환
 

단원고 2학년 7반 곽수인 어머니 김명임(아래 김명임) :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2014년 초등학생이었을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자라서 세월호를 새롭게 접하고 다시 들여다보려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어른들은 내일이 아니면 잘 잊는 편이다. 하지만 여러분 같은 젊은 새싹들이 세월호에 대해 되묻고 되풀이해 이야기를 한다면,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그날 아침에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무엇인가. 혹시 다른 말을 해주고 싶지 않나. 

김명임: "결혼한 지 10년 만에 수인이를 낳았다.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수학여행가서 재미있게 놀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인이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란 말을 했다.

하지만 수인이가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너무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수인이는 너무 힘든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 모습 그대로 왔다.

그때로 돌아가 다시 말할 수 있다면, 정말 힘든 순간이 오면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오히려 최선일 수 있다. 포기하는 것도 커다란 용기이고 삶의 지혜일 수 있다."

단원고 2학년 6반 서재능 어머니 강춘향(아래 강춘향) : "단원고 2학년 6반 유가족과 홍성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래서 자주왔다. 늘 홍성촛불시민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힘들 때마다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한다"
 

-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강춘향 : "그날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재능이는 운동을 하겠다며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담임 선생님이 잘 설득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잘 달래서 수학여행을 보냈다. 재능이는 키를 191cm까지 크겠다며 목표로 정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옥상에서 줄넘기를 하고, 다양한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루도 빼먹고 싶지 않다며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재능이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다.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그 이후에 매일 눈뜨는 것조차 힘들었다. 희망이 없을 때 유일한 희망은 희망을 갖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용기를 냈다. 꿈을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

단원고 2학년 6반 권순범 어머니 최지영(아래 최지영) : "홍성에 산 지 5년째다. 홍성에 오게 된 이유는 시골에 살고 싶어한 순범이 때문이다. 순범이가 수학여행을 가기 직전 홍성에 집을 마련했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홍성에 마련한 집의 텃밭에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기로 약속했다.

순범이는 홍성에 와보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숨도 안 쉬어지고 힘들 때마다 순범이와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 홍성에서 내려와 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최지영 : "모든 것을 잊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열심히 안산을 오가며 안전사회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당연히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어른들을 보면 긴장하지 않고, 땀 흘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보면 상당히 떨리고 긴장이 된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순범이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못했다. 후회스럽다. 지금도 순범이 방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노트에 쓰며 버티고 있다.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길 바란다."
 
 공연중인 홍성문화연대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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