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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7천짜리 TV 가격 800만원대로?"..'억'소리 나는 TV 내집 거실서도 본다

이새봄 입력 2021. 09. 14. 17:06 수정 2021. 09.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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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통신연구원, 혁신공정 개발
고가 마이크로LED TV에 적용
분리돼있던 제조공정 합쳐
장비 간소화, 비용·시간 단축
1억7000만원대 TV 가격
800만원대로 크게 낮아질 듯
국내 기업들과 상용화 논의중
TV에도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 삼성이 지난해 내놓은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가격은 무려 1억7000만원대로, 별명이 '한 땀 한 땀 TV'다. 마치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배치하는 방식 때문이다. 누가 이렇게 비싼 TV를 사나 싶지만 중동 왕족을 비롯해 세계 상위 1% 부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10~10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매우 작은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다. 기존 액정디스플레이(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보다 훨씬 선명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고 효율도 높다. 특히 화면 밝기와 색상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화질이 나빠지거나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이 없다. 수명 역시 OLED보다 5배 이상 길다. 개별 소자를 직접 패널에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크기를 키울 수도 있다. 크기를 키우는 데 제약이 있던 OLED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별명처럼 '한 땀 한 땀' 소자를 옮기고 붙이다 보니 대량 생산이 어렵고 생산 비용도 높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이를 극복하고 게임체인저로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소자를 일일이 패널에 옮겨서 붙이는 대신 자체 개발한 신소재인 사이트랩 필름을 이용해 옮기고 심는 공정을 하나로 합쳤다.

14일 ETRI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면 가격을 2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1억7000만원대 110인치 TV 가격이 850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광성 ETRI ICT 창의연구소 책임연구원(박사)은 "마이크로 LED 소자를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기는 작업을 전사, 실제 LED를 옮겨서 심는 작업을 접합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개 공정을 하나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공정을 하나로 합치면 일단 장비 가격이 크게 줄어든다. 마이크로 LED 소자를 패널에 옮기는 전사장비 하나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소자를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서는 통상 3개 전사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ETRI의 동시 전사·접합 공정 라인에서는 하나의 장비가 동시에 공정을 처리하기 때문에 여러 대의 전사장비, 검사장비, 접합장비가 하나의 장비로 대체된다.

공정에 걸리는 시간도 크게 절약된다. 기존 공정에서는 마이크로 LED 소자를 도장과 같이 생긴 '스탬프'라는 기계를 통해 접착제가 묻어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긴 후에 또 다른 기계로 열과 압력을 가해야만 LED 소자가 붙었다. 최 박사는 "열과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LED가 깨지거나 위치가 변형되기도 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ETRI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에폭시 접착제인 사이트랩을 디스플레이 패널 기판 위에 올렸다. 이후 마이크로 LED 소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소자가 LED 기판에 닿는 약 2초간 레이저를 쏜다. 이때 금속으로 이뤄진 LED 소자 전극과 디스플레이 패널 기판의 전극이 결합하면서 바로 접착이 된다. 별도로 열이나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불량이 생길 확률이 낮고, 공정이 단순해 더 큰 면적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더 짧은 시간에 만들 수도 있다. 수리도 훨씬 간단해졌다. 최 박사는 "ETRI가 개발한 공정에서는 접착제를 새로 붙일 필요 없이 교체해야 할 LED 소자에 레이저만 다시 쏘면 접착이 되기 때문에 수리 절차가 단순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ETRI는 관련 기술을 통한 제품 양산을 위해 여러 기업과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에 기술이전이 완료되면 이르면 2023년부터는 제품 양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마이크로 LED는 TV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가상현실(VR) 기기, 노트북 등 선명한 화면이 필요한 모든 기기에 적용될 수 있다. 최 박사는 "올해 국내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 LED 회사와도 이 기술을 검증했다"며 "앞으로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마이크로 LED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65% 성장해 710억달러(약 8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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