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체중증가 부작용.. '순한 피임약'은 괜찮을까?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9. 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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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함량 적으면 부작용 적지만.. 프로게스테론 종류 따져봐야

시중에 매우 다양한 피임약이 출시된 가운데, '순한 피임약'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이왕 먹어야 하는 피임약이 순하다면 당연히 좋을 것 같은데, 정말 피임약이 '순할' 수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이유로 순하다고 하는 것이며, 피임 효과엔 문제가 없는 걸까? 대부분 에스트로겐 유도체(에스트라디올) 함량이 적은 것을 순하다고 말하는데,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에스트로겐 함량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순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에스트로겐 함량이 적은 피임약은 부작용이 적을 수 있지만, 일부에선 질 출혈 부작용이 발생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의 '고함량' 에스트로겐, 혈전 위험성 높았다

모든 피임약에는 공통으로 에스트로겐 유도체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 들어 있다. 이는 합성 에스트로겐으로, 여성의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에스트로겐과 생물학적으로 같은 기능을 한다.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데, 정기적으로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몸은 임신을 했다고 '착각'한다. 난자를 성숙시켜 자궁으로 내보내는 것을 지시하는 호르몬인 '여포자극호르몬(FSH)'이나 '황체형성호르몬(LH)'이 분비되지 않고, 난자가 없으니 정자가 들어와도 수정되지 않는다.

과거엔 피임약에 고함량의 에스트로겐을 단일 제제로 사용했다. 그러나 고함량 에스트로겐은 혈전 위험성이 높고, 다른 부작용도 심각해 현재는 쓰이지 않는다. 에스트로겐 함량을 줄이고, 프로게스테론 유도체를 더해 부작용은 줄인 것이 2~3세대 피임약으로, 프로게스테론 유도체의 종류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에티닐에스트라디올과 함께 ▲2세대 피임약에는 '레보노르게스트렐' ▲3세대 피임약에는 '게스토덴' 혹은 '데소게스트렐' ▲4세대 피임약에는 '드노스피레논'이 함유돼 있다. 2~3세대 피임약은 약국에서, 4세대 피임약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구매할 수 있다.

◇시중 피임약들, 에스트로겐 함량 거의 똑같아

과거 고함량의 에스트로겐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전력이 있다보니, 에스트로겐 함량이 적을수록 안전할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피임약들의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량을 조사한 결과, 함량은 대부분 0.02~0.03mg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세대 피임약이 0.05mg 이상의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을 함유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모든 제품의 함량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것.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정민형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고 피임약들의 에스트로겐 함량은 대부분 비슷하다"며 "에스트로겐 함량이 비교적 적다고 해서 '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금지현 교수는 "굳이 처음부터 높은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피임약을 권하지는 않지만, 2~4세대 피임약의 에스트로겐 함량은 대체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피임약들의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량(모든 제품이 포함된 것은 아님)./표=헬스조선 전혜영 기자

국내 피임약 제품 중 에스트로겐 함량이 가장 적은 제품은 0.015mg이 함유된 GC녹십자의 '디어미순'이다. 다른 저함량 에스트로겐 피임약보다 0.005mg이 적게 들어간 것. 다른 제품보다 부작용이 적게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은 제시할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차이가 확실하게 부작용을 줄여준다는 것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GC녹십자 홈페이지에 근거로 제시된 논문을 검토한 결과, 에스트로겐 함량이 0.02mg인 제품은 0.03~0.035mg인 제품보다 메스꺼움, 복부팽만, 유방 압통 등 에스트로겐 관련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0.015mg 함량에 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한편 에스트로겐 함량이 적으면 피임 효과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복용법만 지켜서 복용한다면 모든 피임약이 충분한 피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민형 교수는 "모든 피임약은 임상시험을 거쳐 판매되므로 함량이 적다고 해서 피임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지현 교수 또한 "제품별, 세대별 피임 효과도 차이가 없다"며 "다만, 저함량 에스트로겐 피임약은 일부에서 예상치 못한 질 출혈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된다"고 말했다.

◇부작용 걱정된다면 '프로게스테론' 종류 고려를

오히려 부작용과 관련성이 높은 것은 에스트로겐이 아닌, '프로게스테론'이다. 정민형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은 물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난다"며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서도 부작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프로게스테론 종류에 따른 부작용은 사람마다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 예측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어 정 교수는 "나에게 맞는 피임약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개를 복용해보는 게 최선"이라며 "심하지 않은 부작용은 2~3개월 후 사라지기도 하므로 복용을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혈전 위험성 또한 2~3개월을 복용한 후에는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피임약이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인 혈전을 예방하고 싶다면 4세대보다 2~3세대 피임약을 먹는 게 안전하다. 4세대 피임약은 혈전 위험성이 비교적 높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에만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금지현 교수는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드름 치료 등에는 4세대 피임약이 효과적이지만 혈전 위험성이 다소 높다"며 "몸 상태나 기저질환에 따라 나에게 맞는 피임약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혼자서 결정하기 어렵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상담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35세 미만 젊은 여성이라면 피임약을 장기 복용해도 추후 임신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금지현 교수는 "오히려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고 난 이후엔 임신이 더 잘 된다는 연구도 있다"며 "장기간 복용한다면 정기적인 유방검사를 권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 교수는 "만약 피임약 복용 중에 부상이나 질병으로 움직이기 어렵거나, 수술을 앞뒀다면 혈전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35세 이상이거나, 흡연을 하거나, 편두통이 있다면 복용을 지양하거나 정확한 진단을 거친 후 복용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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