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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벌의 민낯 ④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영풍 구하기' 소송

이명선 입력 2021. 09.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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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은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이다. ‘영풍문고’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회사의 근간은 낙동강 최상류인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다. 아연, 황산 등을 생산해 매년 1조 2,000억 원가량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설립 때부터 ‘환경파괴 주범’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파괴했다는 오명이다. 뉴스타파는 50년간 이어져 온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파괴, 주민건강을 외면하는 지자체의 문제를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영풍 석포제련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우선 석포제련소가 있는 봉화군 석포면 주민의 약 40%가 석포제련소에서 일한다. 2017년 12월 기준, 석포면 주민 2,215명 중 836명이 석포제련소와 협력업체·공사업체 직원이다. 부양가족까지 따지면, 석포면 주민의 절반 이상이 영풍그룹에 의탁해 생계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봉화군에 세금도 많이 낸다. 지난해 석포제련소가 봉화군에 낸 세금은 23억 원이 넘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영풍의 지방세 납부 현황을 살펴보니, 봉화군 전체 지방세 수입에서 영풍 석포제련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10~20%에 달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내는 지방세는 봉화군 전체 지방세 수입의 10~ 20% 규모에 달한다.

그래서일까. ‘봉화군과 상위기관인 경상북도가 영풍그룹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50년 넘게 해 묵은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주민건강 파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배경에 지자체의 조직적인 도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뉴스타파는 이런 의심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봉화군과 경상북도가 그동안 영풍 석포제련소 관련 행정을 어떻게 해 왔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두 지자체가 주민 건강 등 생존권은 내팽개친 채 ‘영풍 편들기’에만 골몰해 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봉화군수, 영풍과 소송 중에 ‘영풍 선처’ 탄원서 작성

2018년 2월, 영풍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 문제로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20일 명령을 받았다. 영풍은 이 명령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요청했다. 영풍은 그 과정에서 “영풍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 하나를 제출한다. 바로 엄태항 봉화군수가 쓴 것이었다.  

엄 군수가 쓴 탄원서에는“영풍 석포제련소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니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반면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해 벌어진 환경오염, 주민건강 피해에 대해 영풍에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엄 군수가 탄원서를 쓸 당시 봉화군은 영풍그룹과 2가지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모두 영풍이 봉화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봉화군이 오염토양정화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은 점, 봉화군이 영풍 석포제련소 내부 토양오염 조사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한 점을 문제 삼는 소송이었다.

엄태항 봉화군수가 영풍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낸 2018년 10월은 영풍과 봉화군이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던 때였다. 그러니까, 소송을 당한 피고(봉화군)가 원고(영풍)의 다른 재판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탄원서를 써 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엄태황 봉화군수가 직접 서명한 탄원서(아래 사진)는 영풍이 환경오염 문제로 지자체 등을 상대로 조업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마다 영풍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반복해 쓰이고 있다.

엄태항 봉화군수가 2018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 영풍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봉화군, 감사원 요구에도 ‘영풍 특혜’ 공무원 징계 안 해

2012년 1월, 봉화군 공무원 두 명이 영풍 석포제련소에 특혜를 주는 일이 벌어졌다. 환경오염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면 일반산업단지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영풍에 개발허가를 내준 사건이었다. 감사원은 봉화군에 두 사람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봉화군은 사건 처리 결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봉화군의 이 답변은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봉화군은 두 명의 징계대상자에게 불문경고 처분만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불문경고는 경징계보다 수위가 낮은 조치로 징계처분이 아니다. 

봉화군이 두 사람을 징계하지 않은 이유는 똑같았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저지른 단순 과실이어서 감경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봉화군, 14억 원에 대규모 ‘불법 공장’을 ‘합법 공장’으로 승인

2013년 시험가동에 들어간 영풍 석포제련소 제3 공장. 아연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에서 금이나 은과 같은 값비싼 금속을 뽑아내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영풍은 TSL로 불리는 이 공정을 통해서만 연간 3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제 3공장은 처음부터 불법건축물이었다. 대기오염물질이 연간 10톤 미만으로 발생하는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 사업장을 짓는다고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신고한 것보다 8배 이상의 유독가스가 나오는 시설을 지은 것이다. 2013년 7월, 봉화군은 이런 사실을 적발한 뒤 경찰에 고발하고 철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영풍은 두 차례나 철거 명령을 무시했다. 

이후 봉화군이 꺼낸 조치는 솜방망이 처분이었다. 이행강제금 14억여 원만 부과하고 철거 명령을 취소한 것이다. 1년에 1조 2,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영풍 석포제련소로서는 푼 돈이나 다름없는 돈이었다. 

영풍은 기다렸다는 듯이 14억여 원을 납부했고, 봉화군은 바로 영풍의 불법 환경 파괴 시설을 합법화했다. 봉화군이 영풍에 이행강제금 14억여 원 부과를 통보한 것이 2014년 3월 7일, 영풍이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것이 5일 후인 3월 12일, 그리고 이틀 뒤 봉화군은 ‘불법 공장’을 ‘합법 공장’으로 바꾸는 행정처리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사천리였다.  

영풍 석포제련소 제3공장.

경상북도, ‘영풍 조업정지’ 처분 경감시키고자 환경부 장관 제소

지난해 5월, 경상북도는 영풍을 구하기 위해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환경부가 폐수 방류를 문제 삼아 “영풍에 조업정지처분을 내리라”고 경상북도에 요구하자, 경상북도가 “따를 수 없다”며 직무이행명령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원고는 이철우 경북지사, 피고는 환경부 장관이었다.

경상북도는 심지어 법제처가 “환경부의 조업정지처분은 문제가 없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은 뒤에도 영풍 편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조업정지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는 식이었다. 이철우 지사는 환경부의 조업정지 4개월 처분이 행정협의과정에서 2개월로 감경된 후에야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했다. 

4개월 조업정지가 2개월로 줄면서, 영풍은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장 가동 시간을 그만큼 벌었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직무이행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이전 경상북도 행정 처리 과정.

봉화군 “지역경제 타격 우려로 군 차원에서 탄원서 작성한 것”

그럼 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지자체가 일개 기업에 불과한 영풍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일까.

뉴스타파는 봉화군과 경상북도에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먼저 영풍그룹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만들어줬던 봉화군은 “지역주민의 고용악화 초래, 주변 영세 소매업의 생계위협 및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엄벌하되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선처를 베풀어줄 것을 탄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을 위해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했던 경상북도는 서면 답변을 통해 "영풍을 옹호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행정처분(조업정지)은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하자가 없어야 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행정절차에 따라 업무(환경부 상대 소송 등)를 수행한 것"이란 입장을 전해 왔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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