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선일보

정글 생활 41년 '현대판 타잔', 문명사회 복귀 8년 만에 간암 사망

김가연 기자 입력 2021. 09. 15. 13:48 수정 2021. 09. 15. 13:5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현실판 타잔’으로 알려진 호 반 랑(52)/뉴욕포스트

베트남 정글에서 40여 년 간 고립된 생활을 했던 ‘현실판 타잔’이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1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미국 뉴욕포스트 등은 ‘현실판 타잔’으로 알려진 호 반 랑이 간암 투병 끝에 지난 6일 오전 7시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랑은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에 통증을 느꼈다. 검사 결과 간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부터 랑과 친분을 유지해왔던 알바로 세레조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가공식품 섭취와 음주 등 변화한 생활방식이 랑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세레조는 탐험가이자 사진작가로, 랑의 정글 생활에 관심을 보여 이를 책으로 출간한 인물이다.

세레조는 “랑은 정글에서는 내가 몇 시간에 걸려서 하는 일을 몇 초 만에 해내곤 했다. 나는 랑의 정신과 신체가 이같은 급격한 변화를 견딜 수 없을까봐 항상 걱정했다”면서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랑이 떠난 것을 보게 되어 너무 슬프지만, 그가 지난 몇 달간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에게는 어쩌면 해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랑이 정글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1972년부터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공습으로 가족 절반을 잃은 랑의 아버지 호 반 탄은 남은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을 겪으면서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던 탄은 피난 도중 아내를 구타했다. 이후 두 아들 중 랑만 데리고 꽝응아이성 트라 봉 지역의 정글로 들어가 고립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부자는 40여 년 동안 과일, 나무뿌리 등을 채집하고 사냥으로 식량을 구했으며, 나무껍질로 하반신을 가리는 옷을 만들어 입고 지상 5m가량 높이에 지은 오두막집에서 생활했다. 이들은 2013년 현지 주민들에게 목격됐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지역 당국이 구조팀을 파견해 5시간 넘게 수색한 끝에 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다.

발견 당시 탄은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으며, 이같은 이유로 문명사회에 돌아가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은 소수부족인 코르족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랑은 기본적 단어 몇 개를 제외하고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랑은 자신과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2017년 탄이 사망하자, 랑은 마을 인근 산자락에 움막을 짓고 사망 전까지 홀로 생활해왔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