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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실래요" 사정했지만 실패..아까운 백신이 버려진다

신성식 입력 2021. 09. 15. 15:53 수정 2021. 09.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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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백신 폐기 실태
화이자와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오후 내내 전화기를 잡고 있었지만 소용 없네요."
부산의 한 동네의원 A원장은 15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어제(14일) 사연은 이렇다. 코로나19 백신 예약자가 예정대로 오는지 파악했더니 7명분(화이자 1명, 모더나 6명)이 남았다. 잔여 백신 앱에 올려도 소용 없었다. 백신을 잡는 사람이 없었다. 마음이 급했다. "지금 모더나 잔여 백신이 있는데, 혹시 오늘 올 수 있나요." 15일 접종 예약자 26명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했다. 1명만 성공했다. 이 원장은 "내일(15일) 태풍 온다니 조심히 오세요"라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6명분(화이자 1명, 모더나 6명)을 폐기했다.

부산의 다른 내과의원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요즘 잔여 백신 인기가 떨어져 일찌감치 오전 10시 잔여 백신을 앱에 올린다. 14일 앱을 보고 1~2명 왔다. 오후 5시까지 기다렸으나 더 이상 접종자가 오지 않아 5명분을 버렸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이번 달 들어 잔여 백신 폐기가 심해지는 것 같다. 하루 평균 5명 분량이 버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4시30분쯤 부산의 동래구 잔여 백신 앱에는 모더나 115회, 화이자 49회, 얀센 12회, 아스트라제네카 10회분이 올라와 있다. 다른 구도 모더나 149회, 화이자 32회가, 또 다른 구는 모더나 166회, 화이자 58회가 잔여 백신으로 올라왔다. A원장은 "오후 4시나 5시에 백신 접종을 마감하는 데가 대부분이라 잔여 백신의 상당량이 폐기됐을 것"이라며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의원은 아스트라제니카 백신 예정자가 2명 밖에 안 돼 나머지 8~10명 분이 남게 됐다. 그래서 16일 예약자를 당겨서 맞히려고 보건소에 "그리해도 되냐"고 문의했지만 "안 된다"고 해서 잔여 백신을 버릴 상황에 놓였다. 경기도 화성시 한 내과의원은 요즘 매일 5명 분의 백신을 버린다. 병원 직원은 "전에는 백신이 없어서 난리였다. 잔여 백신 앱에 올리면 0.5초도 안 돼 사라졌다"며 "13일 무렵부터 예약한 사람이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잔여 백신 폐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맞을 사람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잔여 백신 수요자가 주로 18~49세인데, 이들의 접종률이 65%로 올라갔다. 접종 대상자 2241만5616명 중 15일 0시 현재 65.2%인 1461만8010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게다가 18~49세의 2차 접종에는 잔여 백신을 접종할 수 없게 돼 있다. 화성시 동네의원의 간호사는 "2차 접종에 잔여 백신을 쓰려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시스템에서 예약 변경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A원장은 "지금은 모더나 백신의 잔여 물량이 가장 많다. 18~49세의 2차 접종에 이걸 활용할 수 있게 빨리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중구의 김성배 미래의원 원장은 "2차 접종에 잔여 백신을 쓰게 되면 그 이후 이어지는 접종 스케줄을 다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복잡해진다"며 "차라리 병원에 오면 바로 당일 접종 가능하게 푸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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