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한줄에 매출 뚝'..배달앱 '악성리뷰'에 여전히 떠는 사장님들

김대연 입력 2021. 9. 15. 16:03 수정 2021. 9. 1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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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네이버 등 10월부터 리뷰 제도 개선
욕설·성희롱 '악성리뷰' 차단하기로 했지만..
상인들 "리뷰 아예 폐지하거나 전면수정해야"
전문가 "리뷰 폐지는 소비자 불편..개선 필요"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집 업주 A씨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고객의 수차례 환불 요구와 인격 모독 발언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진 ‘새우튀김 갑질 사건’. 이를 계기로 배달앱 리뷰 제도 개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몇몇 고객들이 악의적으로 욕설·폭언 등이 담긴 악성 후기를 남기거나 ‘별점 테러’를 자행하는 등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배달앱 업계가 악성 리뷰를 일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리뷰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뷰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장점도 있는 만큼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섬세하게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클린 리뷰 시스템 (사진=우아한형제들)
“악성 후기로 매출 40% 감소”…배달 앱 등 플랫폼서 리뷰 제도 개선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손님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악성 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정의당이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자영업자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후기를 경험했다. ‘리뷰가 주문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74.3%였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주문이 늘어난 상황에서 리뷰 내용이나 별점에 따라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자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리뷰·별점 제도에 불만을 표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10년간 서비스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지난 11월 한 소비자가 남긴 악성 후기의 여파로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며 “지난 1월 명예훼손·업무 방해·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는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폐업을 고민 중이라는 B씨는 “악성 거짓 리뷰 때문에 매장이 존폐 위기”라며 “이번 주에 다시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앱이 악성 후기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네이버 등은 악성 후기 신고가 들어오면 30일간 해당 후기를 노출하지 않는 ‘30일 블라인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업주가 게시글 중단을 요청한 이후 작성자가 동의하면 삭제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30일 후에 다시 노출돼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쿠팡이츠와 네이버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다음 달부터 악성 후기 차단 등 개선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10월 1일부터 갑질 이용자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면서 “약관 개정을 통해 리뷰에 욕설·폭언·성희롱 등이 포함된 경우 신속하게 차단 조치할 예정”이라며 밝혔다.

네이버는 현 별점 시스템이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키워드 리뷰’를 준비 중이다. 일률적인 별점 대신 ‘맛있어요’, ‘청결해요’ 같은 15~20개 키워드 중 최대 5개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7월부터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내달 공개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역 상권은 리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별점이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초부터 별점 제도는 폐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6월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뷰제 폐지” VS “소비자에게 도움”…의견 팽팽

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리뷰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비공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작구에서 10년간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0·여)씨는 “리뷰 한 줄이 매출로 직결된다”며 “안 좋은 리뷰가 나올까 신경이 많이 쓰여서 리뷰를 아예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업주들이 리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리뷰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대안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뷰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완전 폐지가 아닌 악성 후기를 상습으로 남기는 이용자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주와 고객이 서로 평가하는 ‘상호 평가’ 제도 등을 통해 블랙컨슈머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악성 후기가 나오면 배달앱이 양쪽의 입장을 듣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리뷰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습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이용자에게만 업체가 직접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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