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앙일보

"韓, 항모킬러 생긴날"..文 SLBM 참관에 北 맞불 미사일 쐈나

박용한 입력 2021. 09. 15. 16:45 수정 2021. 09. 15. 20:37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5일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선보였다. 이들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을 견제하는 전략 무기로 꼽힌다.

16일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장 앞바다 수중의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한국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발사돼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공교롭게도 이날 낮 12시 34분과 39분쯤 북한은 평안남도 양덕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북한이 맞불을 놓는 의도로 벌인 도발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안흥종합시험장 현장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국가안보회의(NSC) 소집을 긴급히 지시했다.

이날 ADD가 공개한 전력은 SLBM,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3종이다. ADD는 또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과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 시험을 각각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해군


SLBM은 지난달 13일 해군에 인도된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서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중에서 발사돼 계획한 사거리를 비행한 뒤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ADD는 밝혔다.

장보고-III 도산안창호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SLBM은 안흥종합시험장 앞 바다에서 제주도 서쪽 50㎞ 부근에 탄착해 400㎞를 날았다”며 “영해 안에 떨어뜰기 위해 일부러 사거리를 줄였다”고 말했다.

대표적 전략무기로 꼽히는 SLBM은 현재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영국ㆍ프랑스ㆍ인도 등 6개 나라만 잠수함 발사에 성공했다. 북극성-1, 3호 등 북한의 SLBM은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쐈다.

16일 SLBM이 제주도 근처 해역의 목표지점에 정확히 낙하하고 있는 모습이 레이더에 나타나고 있다. 이날 사거리는 약 400㎞였다. 국방과학연구소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조나 수중 바지선에서 여러 번 시험을 했고, 지난 2일 잠수함에서 SLBM을 사출하는 등 단계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며 “본격적 발사는 이날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잠수함에서 쏜다’ 사거리 줄여 400㎞ 비행

SLBM 시험 발사 성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SLBM은 다른 국가와 달리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362 사업단(핵잠 사업단) 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부터 재래식 SLBM을 실은 핵잠을 구상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우리도 대응 수단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스텔스 설계로 만들어져 적의 레이더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또 정밀항법ㆍ유도 기술을 이용해 목표를 정확히 때릴 수 있다. 이 미사일은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의 핵심 무장이 될 전망이다.

F-4 전투기에서 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곧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한국이 가진 순항미사일의 최고 속도가 음속(시속 1224㎞)을 넘지 않지만, 이 미사일은 마하 2~3으로 날아간다.

정부 소식통은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항공모함 킬러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한국판 반(反)접근ㆍ지역거부(A2ㆍAD)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A2ㆍAD는 중국이 해상으로 다가오는 미국을 격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개발돼 실전배치를 앞둔 초음속 순항미사일. '항모 킬러'로 쓸 수 있는 무기다. 국방과학연구소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2t 이상을 키워 파괴력을 늘린 현무-4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지하 벙커의 적 지휘부를 노릴 수 있다. 올해 중반 개발을 해냈다.


전략무기인 공대지·초음속 미사일도 선보여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은 지난 5월 한ㆍ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폐지된 뒤 7월 연소시험을 벌였다. 소형위성이나 초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단이다. 그러나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에도 쓰일 수 있다.

올해 중반 개발이 끝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 유사시 지하 벙커의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전반적으로 보면 적의 병력이나 물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지휘부나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미사일과 관련 기술들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들 무기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응징ㆍ보복할 능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재래식이지만 한국적 맥락에서 전략무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연소시험에 성공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국방과학연구소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학과 교수)은 “‘한국형 전략무기’는 주변국에 대해서도 함의를 갖는다”며 “핵과 같은 주변국의 우위를 일부라도 상쇄할 수 있다. 동물에서 비유하자면 고슴도치의 가시”라고 말했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에 맞춰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이면서, 한국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