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355조원 헝다그룹 파산 위기,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터지나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자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헝다그룹의 문제는 중국 경제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잉 부채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부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증권시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지난 13일 “회사가 전례 없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전력을 다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파산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97년 설립한 헝다그룹은 그동안 부동산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창업자인 쉬자인(徐家印·사진) 회장은 2017년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부동산에 이어 금융·건강관리·여행·스포츠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수년 전부터는 전기차 등 신사업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함께 잘 살자는 뜻의 ‘공동부유’를 내세운 중국 정부는 급등한 집값을 잡는데 열을 올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부동산 개발업체의 추가 은행 자금 조달을 차단하는 ‘3대 마지노선’ 방침을 내놨다. 중국 국영은행은 앞다퉈 부동산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섰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채에 의존했던 헝다그룹으로선 돈줄이 막혔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조9700억 위안(약 355조원)이다. 반면 헝다그룹의 자기자본은 4110억 위안(약 74조원)에 그쳤다. 부채비율은 480%였다.
15일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의 주가는 2.81홍콩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3.25% 하락했다. 지난 5월 말 0.8달러 수준이던 헝다그룹의 회사채 가격은 이달 들어서 0.28달러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공상은행을 비롯한 4대 은행의 부실채권은 지난 6월 말 1조325억 위안(약 188조2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말보다 3.3% 증가했다. 부실채권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헝다그룹의 붕괴가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금융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영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내렸다. 부도 위험이 매우 높고 대출 원리금을 갚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이다. 피치는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중국 건설회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헝다그룹의 사정이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일 헝다그룹의 파산으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해를 보면 이들의 분노가 중국 정부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의 헝다그룹 본사를 비롯한 곳곳에서 투자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간 기업의 파산에 투자자들이 항의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에 정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헝다그룹의 파산을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헝다그룹의 부실을 중국 금융권이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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