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김유상 부사장 "이강래 동생 명의로 저가 주식 차명 구입"

강찬호 입력 2021. 9. 16. 00:39 수정 2021. 9. 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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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사태에 돌연 소환된 여권 유력인사 동생


회삿돈 500억원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이 회사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2015년 11월 이스타항공 계열사가 보유한 544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2000여 주를 아들과 딸이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105억원 상당에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주당 1만원대인 이스타항공 주식을 5분의 1 수준인 주당 2000여원 선으로 거래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이 의원 재판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계열사 측은 이스타홀딩스에 넘긴 524만여 주 외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주식을 2000여원 선의 낮은 가격으로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저가 주식을 매수한 사람 중에는 19대 국회에서 이상직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핵심 측근 김유상 이스타항공 부사장이 포함돼 있는데, 김 부사장은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친동생인 이모씨 명의로 저가 주식을 차명 구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부르고 있다.

「 500억대 횡령 이상직 재판장서
이상직 보좌관 지낸 부사장 진술
야권 “검찰이 의혹 추가 기소해야”
“수만 주 헐값 매도, 뇌물 로비했나”

국회의원 3선 경력의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로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남원 순창)을 받아 출마했다. 김유상 부사장은 과거 18대 국회 때 이강래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고, 19대 국회(2012~2016년)에선 이상직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전 상관이었던 이강래 전 원내대표의 동생 명의로 이스타항공의 주식을 저가 매입한 것이다.

지난 8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예결위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의혹을 질타하며 띄운 동영상을 의원들이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이상직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부사장은 “2015년 하반기쯤 이모(이강래 전 원내대표 동생)씨와 또 다른 지인 이모씨 명의로 주당 2100원 가격에 2만 주를 매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부사장에 따르면 2만 주 중 본인이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주식은 1만 주(2100만원 상당)이고, 나머지 1만 주는 지인이 산 것이라고 한다.

김 부사장은 법정에서 “당시 항공업이 장래가 밝고 이스타항공이 비상장 상황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금융권 지인들의 권유에 따라 이스타항공 수뇌부 A씨에게 부탁해 주식을 샀다”고 증언했다. 주식을 차명 구입한 이유에 대해선 “(2015년 당시 신분이 이상직 의원 보좌관이었기에) 이상직 의원이 이 사실을 알면 사욕을 채운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이라 주식을 보유하면 서류 절차 등이 복잡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순전히 본인의 개인적 동기로 구입했다. 이 전 원내대표의 동생 이름을 빌린 건 그와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라며 “이 전 원내대표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며,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구입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도, 과거 장기간 보좌했던 전직 의원(이강래)의 동생 명의를 굳이 빌려야 했을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검찰도 법정에서 김 부사장의 주식 차명 구입이 다른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김 부사장에게 “이스타항공 측은 향후 (주식 저가 매도가) 문제가 될 상황을 대비해 (주식의 시가는 1만원 선인데) 마치 주당 2000원에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미리 인위적인 거래를 만들기도 했다. 증인은 이를 알고 있었나”고 추궁했다. 이어 “그런 인위적인 거래 중 하나가 증인(김유상)의 지인인 이모(이강래 전 원내대표 동생)씨 등으로 확인됐는데 맞느냐”고 재차 추궁했다. 김 부사장은 “그렇다”고 했다. 김 부사장의 주식 차명 매수는 개인적 동기 외에도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저가 매수)의 ‘알리바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부사장이 그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도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김 부사장의 차명 주식 구입의 진짜 배경이 뭔지, 그처럼 추가로 주식을 저가 매수한 사람들이 누군지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이상직 의원은 주식 524만여 주를 이스타홀딩스에 헐값으로 넘기는 외에도 본인이 속한 민주당 안팎에 최대 수십만 주의 주식을 헐값에 사도록 해 시세차익을 챙기게 해주는 방식으로 ‘뇌물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계열사인 새만금관광개발의 경우 보유주식 406만 주 중 392만 주만 이스타홀딩스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은 14만 주는 김 부사장 케이스에서 보듯 민주당과 직간접으로 연루된 인사들에게 저가로 매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5년 당시 이스타항공 수뇌부를 지낸 A씨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김유상 부사장이 내게 부탁해서 주식을 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회사의 실질적 지배자인 이상직 의원 측으로부터 ‘이스타홀딩스에 넘기고 남은 주식을 같은 가격(헐값)에 팔라’는 지시가 내려와 최종구 부사장(당시) 등 경영진들이 주식 처분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이상직 의원의 보좌관(당시)이던 김유상 부사장도 주식을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주식을 추가로 저가 매수한 경위는.
A : “2015년 말 회사 임원과 이상직 의원 측근 등 경영진이 티타임을 했는데 거기서 ‘위에서 돈이 더 필요하니 주식을 추가로 팔라’는 얘기가 나와 최 부사장, 이혁희 팀장 등이 사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지인들에게 주식을 사도록 권유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난 전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김유상 부사장의 부탁을 받아 그에게 주식 매수를 권한 일도 없다. 이 사실은 검찰에도 진술했다.”

Q : 그 지인들이 누군가? 정치권은 아닌가?
A : “모른다.”

Q : 추가로 매도한 주식 규모는?
A : “아마 수만~수십만 주 정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Q : 추가 주식 매도는 누가 지시했나?
A : “상식적으로 생각하라. 회사가 다 이상직 의원 재산이다. 그가 모르고 주식 매도가 진행됐겠나. 게다가 주식을 보유한 자회사 새만금관광개발과 IMSC는 다 이상직 의원 형들이 경영하고 이스타홀딩스도 자녀가 대표다. 이런 패밀리 비즈니스 구조에서 누가 몰래 주식을 사는 일이 가능하겠나.”
A씨를 비롯한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주식을 추가로 저가 매도한 사실을 파악하고, 매수자들을 조사했다고 업계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검찰은 이들 매수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려 했는데 숫자가 너무 많아 김유상 부사장 한 명이 (대표로) 증언했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곽상도 의원은 “이렇게 주식 추가 매수 정황을 파악했는데도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대상은 이스타홀딩스에 넘긴 주식만으로 한정돼 있다”며 “추가로 매도된 주식을 산 사람들 중에 현 여권 인사들이 직간접으로 연루됐을 정황이 나온 만큼 검찰도 추가 기소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8일 재판에선 2015년 이스타항공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가 당시 국회의원 상당수를 알고 지내며, 국회를 드나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상직 의원은 김유상 부사장에게 질문하는 순서에서 “최종구가 국회에 가끔 왔다갔는데, 나는 국회의원 하면서 그를 1년에 한두 번 밖에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유상 부사장은 “최종구는 지인 국회의원들을 상당수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최종구가 국회) 지나는 길에 (이상직 의원실을) 많이 들렀던 건 기억이 난다”고 했다.

■ 이강래 “동생과 김유상 사이의 일, 나는 무관”

「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유상 이스타항공 부사장의 주식 차명 구매는 김 부사장과 내 동생 사이의 일일 뿐,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Q : 전 보좌관이 동생 이름으로 이스타항공 주식을 저가에 매수했다는데.
A : “처음 듣는 얘기다. 동생이 (이스타) 주식 갖고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듣는다.”

Q : 정말 몰랐나.
A : “그렇다. 김유상과 내 동생은 동향(남원)이고 원래부터 친하다. 둘 사이 일은 내가 모르는 게 많다. 난 전혀 무관하니 연계시키지 말라. 실제론 동생이 이스타 주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사업가라 여유가 있어 실소유주일 수 있다.” 」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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