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이제 똘똘한 한채.. 아파트값 양극화 갈수록 커져

최상현 기자 2021. 9.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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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광역시에서도 고가 주택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똘똘한 한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영향에 ‘인구 감소’ 요인까지 겹치면서 좋은 입지의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1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5개 지방광역시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달 5.4로 전년 동월(4.7)대비 0.7포인트(P) 상승했다.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아파트값을 하위 20% 아파트값으로 나눈 수치다. 숫자가 클수록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부산·대구·울산·광주·대전 등 지방 광역시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5억5358만원에서 지난달 6억9269만원으로 일년 새 25.1%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 아파트 매매가격은 1억1423만원에서 1억2727만원으로 11.4% 오르는데 그쳤다.

지방 광역시 가운데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가장 큰 곳은 부산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5.9로 전년 동기(4.3) 대비 1.6P 상승했다. 해당 기간 부산의 상위 20% 아파트값은 5억2936만원에서 7억9369만원으로 49.9% 올랐고, 하위 20% 아파트값은 1억1900만원에서 1억3549만원으로 13.9% 올랐다. 고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저가 아파트의 3.59배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다른 지역은 ▲광주 5.5 ▲울산 5.5 ▲대전 5.2 ▲대구 4.5 등 순으로 5분위 배율이 높게 나타났다. 5분위 배율이 일년 새 0.1P 낮아진 대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방 광역시에서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제니스’ 전용면적 111㎡는 지난달 9일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9일 같은 면적이 9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억6000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8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울산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28일 12억원에 매매되며, 일년 새 37.9%나 가격이 올랐다.

고가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똘똘한 한채’ 현상은 정부가 다주택자 세부담을 강화하면서 나타나는 시장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다주택자(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3.2%에서 6.0%로 상향하도록 세법을 개정했다. 지난 6월부터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10%P씩 올려 최고 75%까지 인상했다.

여기에 지방 광역시는 인구 유출로 변두리 지역이 쇠퇴하는 현상이 심화하며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저가 아파트 상승세가 더뎠다는 분석이다. 지방 광역시 1위인 부산시 인구 변화를 보면, 지난 7월 340만7350명으로 전년 동기(345만783명) 대비 4만명 이상 감소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방은 서울·수도권과 달리 입지에 따른 정주여건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이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라면서 “신축 아파트와 같은 매력적인 상품은 도심지에만 집중되고 정비 사업성이 낮은 외곽에는 오래된 아파트만 쌓여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 8월 5.6으로 전년 동기(6.4) 대비 0.8P 하락했다.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값은 11억9889만원에서 14억6640만원으로 22.3% 높아졌고, 하위 20% 아파트값은 1억8747만원에서 2억6110만원으로 39.3% 높아졌다. 아파트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만 놓고 보면 고가 아파트 상승폭이 더 크지만, 상승률에서는 저가 아파트가 1.76배나 앞섰다.

수도권에서도 똘똘한 한채 현상은 나타났지만, 그보다 ‘패닉바잉’ 요인으로 인한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 강화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40대 이하 비중은 70.7%에 달했다. 이에 대표적인 중저가 아파트가 다수 분포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지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경기 역시 지난 7월 40대 이하 매수비중이 63.3%로 높은 편이며, 특히 고양·시흥·의왕 등 중저가 지역이나 안성·동두천과 같이 공시가격 1억 이하 아파트가 다수 분포한 지역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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