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전 이사장 무죄취지 파기 환송
[경향신문]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저는 문재인 후보도 이거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자리에서 고 전 이사장은 1981년 군사정권이 부산지역 학생·교사·회사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고문한 ‘부림사건’을 “공산주의 운동”이라 칭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문 대통령도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부림사건의 수사 검사였던 자신이 “핍박을 받았다”며 그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은 1999년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고, 2000년대 들어 다시 재심을 청구해 2014년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인 1982년 재판에는 변호인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1999년 재심 청구 때 변호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1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 보다는 의견 내지 논평에 가깝다고 보고 고 전 이사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공산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 지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사정만으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허위·진실 여부를 증거에 의하여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2심은 일련의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의견표현은 전체적으로는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고 전 이사장의 인사불이익 발언은 막연한 추측으로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중 원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실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 역시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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