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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文대통령에 '언론법 철회' 서한

김동하 기자 입력 2021. 09. 16. 23:54 수정 2021. 09. 17.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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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 등 독소조항 비판, 인권단체들 "국제법에 맞춰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6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억압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발송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서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강행 처리하려 했다가 보류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단체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남용 여지가 있다며 “언론사가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피하려고 자기검열을 하면 필수적 정보 흐름이 제한된다”고 했다.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무거운 벌금형과 같은 과도한 제재는 표현의 자유를 얼어붙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국이 허위 보도로 인한 포괄적인 민사 및 형사상 명예훼손 규정 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과잉 규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제목의 이 서한에는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국제인권단체 아티클 19, 국내 단체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서명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보복·반복적 허위·조작 기사를 언론사 고의·중과실로 추정한 조항에 대해 “기자들이 유죄 추정을 반박하기 위해 자신의 정보원 공개와 무거운 손해배상액 지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상 기사 노출을 차단하는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선 “단순히 허위라는 이유로 표현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제인권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 유력 인사의 부정행위나 범법행위를 보도하려는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독소 조항’의 삭제를 촉구하면서 “이해 관계자들의 충분한 협의하에 국제법 기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유엔 인권최고사무소(OHCHR)도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는 우려를 담은 아이린 칸 특별보고관의 공문을 정부에 발송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공문을 외교부가 국회에 ‘늑장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유엔이 서한을 본회의(8월 30일) 표결 전 의원들에게 공유해 달라고 했지만, 정작 국회에 도착한 날은 9월 2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른 채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마지막에 급선회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본회의 표결 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공문을 놓고 비공식적으로 ‘국제 문제가 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 얼마나 우습게 된 일이냐”며 “더 큰 문제는 전달되기 전 외교부가 유엔에 ‘국회와 공유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야당은 “유엔의 언론재갈법 반대 서한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누군가 중간에서 은폐하고 배달 사고를 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이 문서는 대외비로, 전자 송부가 불가능하며 인편을 통해서만 전달 가능하다”며 “정기적으로 외교부를 방문할 때 수령한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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