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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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하듯 개명하는 사람들.. 2010년부터 10년간 146만명 이름 바꿔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1. 09. 17. 03:05 수정 2021. 11. 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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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프로선수·아파트·동네·기업까지 改名 바람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SSG 한유섬이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한유섬의 본명은 한동민인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개명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의 외야수 한유섬은 이번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쳤다. 지난 9일엔 만루홈런도 때렸다. 그의 원래 이름은 한동민이었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부상 등으로 고생했지만, 개명 후 방망이가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 선수들은 커리어의 전환점을 만들고 싶을 때 이름을 바꾸곤 한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만 개명한 선수가 70명 가까이 된다.

많은 사람이 이름을 바꾼다. 법원은 2019년 13만3255건의 개명을 허가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이름을 바꾼 사람은 146만명이다. 지난 10년간 국민 100명 중 3명이 이름을 바꾼 셈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한 해 개명 신청 건수는 4000~6000건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개명 신청이 점점 늘더니 1993년에는 1만건, 2006년에는 10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이름을 고치기 쉬워져서일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도 이름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고, 개명 허가도 신청 건수의 7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이름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덜어주고자 기준을 완화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허가율이 95% 수준으로, 사실상 모든 신청을 받아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사람만 이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것이 유행이었다. 유명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면 값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물론 이름을 바꿔서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름 자체보다 아파트 ‘개명’ 과정에서 관리 방식 등을 동시에 바꿨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최소한 페인트칠은 다시 해야 하니 아파트가 더 깔끔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동네 이름을 바꾸는 일도 점점 잦아진다. 서울 봉천동과 신림동은 신사동⋅삼성동⋅대학동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재개발로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나서도 옛 이미지가 남아 있어 ‘변신’이 필요하단 이유에서였다. 동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요청이 늘어서인지 서울시 홈페이지엔 아예 ‘우리 동네 이름 바꿀 수 있는 방법은?’이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국경을 넘으며 제품명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르기 쉽고 문화에도 맞는 것으로 바꾸곤 한다. 기아차 K9은 2013년 미국에 출시할 때 K900으로 살짝 개명했다. ‘케이나인’이라는 발음이 영어로 개를 뜻하는 ‘canine’과 같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영에 더 적합하게 ‘럭키금성’을 LG로(1995년), 선경을 SK로(1998년) 바꾸듯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기업 개명도 드문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기업⋅동네가 이름을 바꾸고 싶어한다. 특히 개인의 개명 신청은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듯 이름을 고쳐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동이다. 과학적으로 이름 바꾸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새로운 이름으로 삶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닐까. 한국 정당처럼 너무 자주 바꾸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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