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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고' 캐스팅보트 권순일 "화천대유서 받은 보수 못밝혀"

이정구 기자 입력 2021. 09. 17. 04:18 수정 2021. 09. 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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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주도 권 前대법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
권순일 전 대법관/김지호기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 중인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작년 7월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했던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대5 의견으로 무죄 판단을 내린 뒤 사건을 파기 환송해 이 지사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년 시 산하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토론회 발언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관련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토론회에서 짧은 토론시간에 공방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취지를 밝히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강제 입원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거나, 자신이 절차 진행을 막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이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다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전합 판결에는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다는 이유로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하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12명이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복수의 대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대법원 전합 선고의 경우, 통상 대법관 재직 기간이 짧은 대법관부터 최선임 대법관 순으로 의견을 제시하는데 당시 권 전 대법관이 최선임이었다.

5대5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면서 ‘무죄 6, 유죄 5’가 됐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 따른다’는 관례에 따라 김 대법원장도 무죄 쪽에 서면서 7(무죄)대 5(유죄)로 결론이 났다.

한 법조인은 “권 전 대법관의 강한 무죄 논리가 심리 초기부터 다른 대법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이후 무죄 의견 형성을 주도했고 그의 의견이 무죄 판결문에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전합은 당시 무죄 이유에 대해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다”라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숨 쉴 공간’ 논리는 권 전 대법관이 특히 강조한 표현이었다고 한다.

권 전 대법관은 본지 통화에서 “(작년 9월) 퇴임 후 친분이 있던 기자 출신 A씨로부터 고문 제안이 와서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한 후 수락했다”며 “이 지사 판결과 고문 활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고문 보수에 대해선 “계약 때문에 액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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