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슬림만 주민이고 대구시민은 개XX인가" 집집마다 걸린 모스크 반대 현수막

대구=오진영 기자, 대구=성시호 기자 2021. 9. 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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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구시 대현동 인근 주택가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린 주택으로 한 무슬림 남성이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슬람 신도만 주민이고 대구 주민들은 개XX인가." "'사원 건축 재개는 주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지난 16일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의 주택가. 덥수룩한 수염을 마스크로 가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 천의 옷을 두른 이방인이 2층 단독주택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가 입은 옷은 '깐두라'다. 원피스 형태의 이슬람 남성 복장이다. 이 남성이 들어선 집 벽면 양 옆에는 '대현동, 산격동 주민 일동'이 붙여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나선 주민들은 이 남성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한 주민은 "저 사람들 때문에 한국인들이 살 수가 없다"며 "무리지어 다니는데 성인 남성도 공포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경북대 무슬림(이슬람 신도)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단체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착공했으나 주민들은 소음·오염 문제를 들며 반발한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원 건립 공사는 재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리수거도 안 하는 무슬림, 사원 지으면 매일 5번씩 기도한다더라"…울분 터뜨리는 주민들

이날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찾은 대구시 대현동 인근 주택가에는 주민들이 내건 수십개의 현수막이 집집마다 붙어 있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곳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 건설을 반대하는 취지의 현수막을 여럿 내걸었다. '개XX' 등 원색적인 욕설이 붉은색으로 적힌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사원이 지어지는 120평 규모의 부지를 'ㅁ'자 모양으로 주택들이 둘러싸고 있어 소음과 쓰레기 등 피해가 막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벽 시간 기도로 인한 소음을 우려한다. 사원 건립이 시작되면서 인근을 방문하는 무슬림이 크게 늘어나 치안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곳에서 20년간 살았다는 B씨(57)는 "단순히 이곳에서 사는 것과 사원을 짓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사원이 들어서면 하루에 5차례씩 소리쳐 기도를 하는데다 모임을 한답시고 이전보다 몇배는 많은 쓰레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한낮에도 5~6명의 무슬림들이 무리지어 다닐 때마다 불안한데 사원이 완공되면 매일 수십명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30년간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무슬림들은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하는데다 라마단(금식) 기간이 되면 새벽 2~3시에도 무리지어 돌아다닌다"며 "세들어 사는 것은 참았지만 사원까지 지어가며 모이는 것은 도저히 못 참겠다"고 주장했다. " 이 주민은 "신상이 공개되면 보복이 두렵다"며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사원 부지 인근에서 8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업주 A씨(40)는 "교회든 절이든 주택가 한복판에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사원 건축이 시작되고 나서 경북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뿐 아니라 외부 무슬림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고 했다.

이곳 이슬람 사원은 경북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등이 기부금을 모아 북구청의 허가를 받고 지난해 12월 착공했다. 그러나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했고, 북구청은 지난 2월 일시 공사 중단조치를 내렸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공사 중지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해 지난 7월 받아들여졌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여전히 제대로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계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이슬람 사원은 최대 200여곳(2018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모스크(돔 형태의 예배당) 외에 무살라(기도실)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국내 무슬림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주로 집값이 저렴한 주택가나 원룸촌에 들어선다. 경북대 유학생들이 이 지역을 사원 부지로 선택한 것도 저렴한 땅값 때문이다.

"이슬람이 강간 종교라니요"…욕설에 멍드는 무슬림들
16일 대구 대현동 인근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무슬림과 시민단체들은 피해가 과장되게 알려지면서 유학생들이 불합리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미 7~8년간 많은 수의 무슬림들이 인근에서 거주를 해오면서 소음이나 공해 등의 피해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문화센터 용도로 허가신청을 했다가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했다"는 주민들의 주장 역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슬람 사원 건립 추진 당시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됐다. 북구청 관계자는 "허가 신청 자체가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돼 있다"며 "중간에 용도를 변경한 적도 없으며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는 것이 법에 위배되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법률에 따라 구청의 허가를 받고 사원을 건축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7년 전부터 (해당 부지에서) 종교시설로 예배를 해왔는데 이제 와 '이슬람은 강간 종교'라며 욕설이 쓰인 현수막을 거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혐오"라고 주장했다.

무슬림 거주자들은 언제든 타협의 여지가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B씨(42)는 "현실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해당 부지를 선택한 것이지 이웃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욕설 쪽지를 보내시는 분들도 계신데, 비방 대신 대화를 통해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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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대구=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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