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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돼지'가 아니라 '석탄'이 문제다 [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1. 09. 17. 07:12 수정 2021. 09. 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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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중국에는 민초들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以食为天)'는 말이 있습니다. 14억명 인구의 먹는 문제는 언제나 중국의 정치와 사회의 제1의 관심사입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고 제조업, 무역업에서 세계 1위입니다. 또 달과 화성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나라지만 중국이 여전히 매년 첫번째 발표하는 정부정책문건은 중국말로 '1호문건'으로, 농업 정책입니다. 

(자료 = 바이두)

14억명 인구에게 먹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CPI(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요소 중 음식료의 비중이 29%를 차지합니다. 음식료 중에서는 돼지고기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돼지고기가 중국인의 육류 소비량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중국에선 돼지가 은행을 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모든 국가가 다 그렇지만 물가가 상승하면 민초들의 생활은 팍팍해지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 물가당국자들은 돼지고기 가격에 매우 민감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민생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돼지가 은행을 터는 나라

그래서 중국은 어미 돼지 수를 정부가 관리하고 돼지고기 가격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에는 주량비율(猪粮比价)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돼지고기 가격과  옥수수 같은 사료용 곡물 가격의 비율을 통해 돼지고기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통상 돼지고기 가격과 사료가격의 비율을 5.5대1정도를 정상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관리합니다.

(자료 = BAIDU)

중국도 돼지를 밀식 사육하는 바람에 청이병,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이 돌거나 여름철 홍수로 전염병이 퍼지면 돼지들이 대량으로 죽게 됩니다. 2019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4억3000만 마리로 추산되는 돼지 사육 두수 중 1억3700만 마리가 감소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고, 덕분에 소비자물가도 급상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국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5% 수준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CPI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료 물가가 올라갑니다. CPI가 1.5%이상을 초과하게 되면 은행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금은 은행에서 빠져 실물자산으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은 돼지가 은행을 터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8월 PPI 9%대로 치솟았는데도 CPI는 1%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9.5% 상승했고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이유는 원자재 가격상승 추세가 계속되면서 석탄 채굴(57.1%), 석유·천연가스 채굴(41.3%), 석유·석탄 가공(35.3%), 흑색금속 채굴(46.1%) 등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공업물가지수가 이렇게 치솟았는데도 소비자물가는 1%대에 그쳤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미국보다 성장률이 더 높은 중국은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자료 =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이는 미중의 산업구조 그리고 CPI 구성요소의 가중치 차이입니다. 중국은 먹는 것이 중요한 개도국이고 공유제 사회주의국가의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소비자물가지수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중의 소비자물가 구성에서 차이가 나는 대표적인 것이 주택과 음식료입니다.
 
미국은 CPI의 구성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은 42.4%를 차지하는 주택인데, 중국은 음식료 비중이 28.8%로 가장 큽니다. 주택은 22%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음식료 가격의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가장 크게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주택이나 상품의 비중이 낮아 원자재나 공산품의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정도가 낮습니다.

(자료 =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경제, 지금 석탄이 문제?

중국의 물가지수에서 소비자물가는 '돼지'가, 생산자물가는 '석탄'이 좌지우지합니다. 중국의 2019~2020년 소비자 물가가 속등했던 것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돼지의 집단 폐사가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불러온 것이 주요인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돼지의 정상적인 번식과 생육이 이뤄지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했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끌어 내렸습니다.

지금 중국 물가지수에서 그리고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석탄입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급등한 것도 석탄 때문입니다. 중국은 에너지소비구조를 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석탄이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석유가 19%, LNG는 8%, 신재생에너지는 15%선입니다.

모든 산업생산과 소비활동의 기초인 전력생산을 보면 여전히 71%가 화력발전이고, 화력발전의 주연료는 석탄입니다. 2020년 중국의 석탄발전은 전세계 석탄 발전의 53%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2020년 전체 에너지 중 석탄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절대 석탄 발전량은 1.7% 증가했고 세계 석탄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전보다 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중국이 신에너지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고,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는 판에 2020년 중국은 G20국가중 석탄 발전량이 늘어난 유일한 나라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석탄에너지 비중 (자료 =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의 8월 경기지표를 보면 구매관리자지수(PMI) 같은 경우 제조업은 경기불황의 임계치인 50에 근접했고, 서비스업은 역대 최저로 추락했습니다. 그런데 증시에선 석탄과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부정책 때문입니다.
 
중국의 서북지역은 석탄자원이 풍부하고, 서남지역은 수자원이 풍부해서 이들 양대지역이 중국의 중요한 에너지 공급 지역입니다. 그래서 이들 서부지역에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탄소중립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이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부는 3월부터 석탄 주생산지역에 대해 석탄 생산량 억제정책을 시행했고, 철강산업에도 탄소배출이 과도한 지역에 철강생산 억제정책을 시행했습니다. 5월부터 서북지역 석탄발전소의 화력발전이 문제가 생겼고, 서남지역에선 강우량 부족으로 수력발전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자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철강, 화학산업 생산에 애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석탄과 철강 뿐 아니라 화학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튀어 올라 생산자물가를 끌어 올렸고, 철강과 화학제품을 기초재료로 사용하는 제조업의 수익 악화가 심각하게 발생했습니다. 증시에선 공급부족에 따른 제품가격 급등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속등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결국은 다시 정책이 해법…급등했던 원자재 관련주는 이제 '주의'?

이처럼 공급측 애로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생산자물가의 급등을 불러오고, 제조업 생산차질을 가져오자 중국 정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원자재를 매점 매석하는 행위를 엄벌에 처한다고 엄포를 놓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원자재 정부비축물량도 풀고 있지만 이미 깨진 수급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없고, 경기하강이 나타나고 있어 빨리 손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생산제한, 철강생산제한을 손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탓에 환경보호라는 원대한 플랜은 잠시 접어둘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자료 =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2018년에도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환경보호정책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부의 석탄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대책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전력가격 조정 △석탄 수입의 증가 △탄소중립과 탄소제로 정책의 일시적 조정 △석탄생산 제한정책의 완화 같은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탄소전쟁에서 2030년에 탄소 피크, 2060년에 탄소제로를 달성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속으로는 답답한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탄소중립과 환경보호는 긴 시각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제조위주의 산업구조, 석탄중심의 발전구조, 에너지소비구조를 가진 중국에게는 매우 어려운 숙제입니다.
 
중국의 탄소중립정책이 만든 PPI의 급등은 정부의 정책완화와 탄소중립정책의 실시 관련한 시간조절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경기가 동시에 하강하는데 천정부지로 올라간 석탄, 철강, 화학제품가격도 정부의 정책 변화로 다시 4분기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 급등한 광산, 비철금속, 철강, 석유화학업종은 이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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