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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앵글로색슨인데.. 호주는 대중 동맹 '올인', 뉴질랜드‧캐나다는 '아웃'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21. 09. 17. 13:56 수정 2021. 09.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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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파트너십(AUKUS) 출범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對中) 억제 전략의 골격이 완성됐다. 한 마디로, 태평양에서 영어권 국가들로 된 ‘앵글로-색슨(Anglo-Saxon)’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과 나토(NATO)의 시각도 이런 민족‧문화적 렌즈를 벗어나지 않는다. ‘시앙스 포 파리’의 니콜 바샤랑 연구원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프랑스와는 별도로 ‘앵글로-색슨 세계’ 동맹을 선택했다”고 평했다. 중국 외교관 양성기관인 중국외교학원의 리하이동 교수도 “워싱턴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토를 만들기 위해, 우선 ‘앵글로-색슨 문화’로 연결된 3국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5일(미국 동부시간) “이 세 나라는 지난 100년의 대부분을 함께 싸웠다”며, 이들 3국이 포함된 주요 영어권 국가의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를 언급했다. 2차 대전 때 시작해 1955년 공식 출범한 ‘파이브 아이스’야말로 현대 ‘앵글로-색슨’ 동맹의 원조 격이다. 그러나 이 앵글로-색슨 5국 중에서도 호주는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전선에 ‘올인(all-in)’했고, 같은 태평양 국가인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빠졌다.

◇호주는 중국에 맞서는 미국 결단력에 ‘올인’

호주는 처음부터 ‘몰방(沒放)’이 아니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미‧중이 충돌한다고, 호주가 양자택일할 이유는 없다. 두 나라와 건설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 군비를 증강하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주변국에 강제력도 동원하려는 안보 환경의 악화 속에서, 호주는 결국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의 “영원한 파트너십”(모리슨 총리 표현)을 선택했다.

15일(미 동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오른쪽 TV 화면에 나타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발언이 끝난 뒤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저 아랫동네 친구(that fellow down under)"라고 부르고 있다. '다운 언더'는 호주의 별칭이며, 호주인들은 미국 대통령이 총리 이름을 까먹은 것에 분개했다./백악관 제공 사진

호주가 주목한 것은 특히 핵추진 잠수함 원자로와 첨단 중화기의 기술 이전이다. 미국경제연구소(AEI) 연구원인 오리아나 스카일러 매스트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은 다른 전투능력에 비해 대잠(對潛) 작전 능력이 약하다”며 “핵, 잠수함 보다 중국에 더 도발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ANU)의 휴 화이트 교수는 “미국이 호주에게 자신의 핵기술에 접근하게 하는 것은 결국 중국과의 전쟁에서 호주 군도 참전하라는 얘기이며, 호주 정부는 그런 위험 감수가 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시드니대의 호주 외교사 전문가인 제임스 커런 교수는 NYT에 “호주는 중국에 맞서는 미국의 결단력과 의지에 집 전체를 건 것”이라고 했다.

◇”골치 아픈 싸움엔 끼지 않겠다”는 뉴질랜드

태즈먼 해(海)를 사이에 두고, 호주와 2300여 ㎞ 떨어진 뉴질랜드가 주변 해역과 중국을 보는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빅토리아대 전략문제센터의 데이비드 캐피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뉴질랜드는 중국과의 날카로운 군사적 대립이 전개되는 해양 아시아보다는, 근접한 이웃 섬나라들과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문화‧지리적으로 매우 비슷하지만, 전략적 사고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뉴질랜드는 중국의 인권탄압과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해선 그때그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부상(浮上)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중국과의 큰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노선이다. 두 나라가 대중(對中) 안보 동맹인 AUKUS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자료사진

심지어 원주민 마오리족 출신인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지난 4월 “파이브 아이스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뉴질랜드는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자 중국의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곧 “뉴질랜드가 미국 주도의 도당에서 거리두기를 해, 자신의 이익을 지켰다”고 칭찬했다.

빅토리아대 ‘데모크라시 프로젝트’의 분석가 조프리 밀러는 “이러한 입장 차로 인해, AUKUS 출범 이후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파이브 아이스’의 ‘동급’ 지위에서 좌천된 것”이라고 평했다.

◇호주 핵추진 잠수함은 동맹국인 뉴질랜드 영해도 못 들어가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육해공 전역(全域)에서 ‘핵 제로(0) 정책’을 펴왔다. 과거 강대국들의 핵실험으로 고통을 받은 태평양 섬나라들과 유대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호주‧뉴질랜드 안보 조약인 앤저스(ANZUS) 회원국인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해도, 이 잠수함은 뉴질랜드 영해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3일 오클랜드의 한 수퍼마켓에서 발생한 IS 테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AFP 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총리는 16일 “미‧영‧호주 세 나라와의 안보‧ 정보공유 연대는 바뀌지 않는다”면서도, 이 ‘핵 제로 정책’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핵 잠수함도 현재 입항(入港) 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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