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올라앉는 중소기업..대기업과 양극화 심화
[경향신문]
대기업들은 경기회복과 수출증가 덕에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부채 부담이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중소기업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의 구조적 문제까지 중첩돼있어 경영난 장기화가 우려된다.
17일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8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에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뺀 순수 중소기업(법인)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452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42조3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2조6000억원 줄었다.
올해 1~8월로 보면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은 8%(33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 대출 증가율(2.2%)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7.0%)을 모두 웃돈다. 여기에다 이자 부담이 더 큰 제2금융권 대출은 지난 3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의 34.3%(224조2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에서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15.8%(205조7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높다.
중소기업 부채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올해 2분기 대기업 부채비율은 79.98%로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해 1분기의 83.56%보다도 낮아졌다. 반면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12.92%로 작년 1분기(109.65%)보다 높다. 특히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이 포함된 비제조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34.69%로 작년 1분기(116.37%)보다 크게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계속되는 것은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가 집중된 대면 서비스업 비중이 큰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업체나 납품업체가 많아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상승해 경영난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7월 64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공급원가 평균 상승률은 26.4%에 달한 반면, 이를 납품 대금에 모두 반영한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이나 비제조업 모두 코로나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이 정상화되지 않아 원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력이 높은데다 노동비용 등 고정비 증가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비용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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