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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광기 넘치는 독일..전쟁직전 아무도 감지못했다

이용건 입력 2021. 09. 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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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 줄리아 보이드 지음 /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 3만3000원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7년. 제3의 제국(당시 나치가 독일을 지칭하는 말)을 방문한 미국인 방문객 수는 연간 50만명에 육박했다. 심지어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맞섰던 영국인 여행객 숫자도 많았으며 그중에는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과 같은 '지식인'들도 있었다. 아들이 유럽 전역을 뒤흔드는 전쟁을 일으켜 패했고, 막대한 배상금을 떠안고 경제적으로 피폐해졌다는 독일을 찾은 이유는 뭘까.

사실 독일은 붕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절반도 물지도 않았다. 함부르크, 드레스덴, 프랑크푸르트, 뮌헨과 같은 도시들은 여전히 깨끗했고 시원한 맥주와 아름다운 음악, 경탄이 나오는 문화 유산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은 모든 여행객의 이성적 판단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매혹시켰다.

책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전까지 독일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영국 왕립박물관에서 오랜 시간 역사를 조사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그 시절 독일로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보고 들은 후 남긴 기록들을 조합해 생생하게 현장을 되살린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전범국 여행, 거리에서 '하이 히틀러!'를 외쳐대며 공공연히 인종차별 사상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들이 왜 닥쳐올 비극을 예견하지 못했는지를 풀어낸다.

여행자들은 그저 지금의 우리 모습처럼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독일에 대해 비록 전범국이지만 아픔을 딛고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극복한 훌륭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라고 여겼다. 히틀러의 나치가 1차 대전에 비할 수도 없는 참극을 다시 일으키기 직전까지 많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은 '설마 또 일으키겠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유대인들에 대한 인식이 독일 바깥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방관자들에게 히틀러는 '괴물'처럼 보이는 '영웅'일 수 있었다.

독일의 위협을 감지하고 현지를 찾은 이들도 헷갈리긴 마찬가지였다.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고 언론을 통해 전해졌지만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관광객들이 원하는 건 현상 유지였고, 우리는 신문이 장난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히틀러 시대 여행자들의 경험을 그저 80여 년 전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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