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18] 설렘과 익숙함 사이

백영옥 소설가 2021. 9.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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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의 카피는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였다. 이혼한 남편과 한 번 더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파격적이었다. 그 후,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졌는데 옆방에 전처가 살거나, 구 여친 클럽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을 말자. 하지만 최근 실제 사귀고 있거나, 헤어진 커플들이 상대를 바꿔 데이트하거나, 이혼한 커플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를 뜻하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연애와 사랑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사랑에 관한 고전적인 질문이기도 한 설렘과 익숙함 중 사람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의외로 인간은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을 선호한다. 이것이 ‘인지적 편향성’으로 본 심리학의 대답이다. 또 남편이나 아내에게 불만을 가지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유 효과의 후광도 크다. 소유한 시간만큼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로 각색하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은 종종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한 노력일 때도 있다. 사랑을 의리에 비유하는 논법이 결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대개 ‘상대를 바꾸거나, 상대가 바뀌면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 파트너로 환승했음에도 실패가 반복하는 건 변해야 하는 주체가 상대가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대니얼 고틀립의 ‘샘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열쇠를 찾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우화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열쇠를 본 곳이 어딘가요? 현관문 근처요. 그런데 왜 여기 가로등까지 나와서 찾고 있는 거죠? 여기가 더 밝잖아요!”

상대의 잘못은 너무 쉽게, 크게 보인다. 문제는 ‘내 잘못’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열쇠를 잃어버린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변화는 상대가 아닌 나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열리지 않는 문을 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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