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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명절 모임에 뿔난 며느리, 비혼 꿈꾸는 'K-장남'

이사민 기자 입력 2021. 0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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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조모씨(29) 집에서 올린 차례상. 이중 데친 문어요리를 비롯해 준비가 어려운 음식은 조씨가 요리한다. /사진=조모씨 제공


"명절 때마다 거리두기 지침이 엄격해지면 좋겠어요."

시댁 제사를 지내온지 햇수로 30년차인 전업주부 유자연씨(가명·58)는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수칙으로 한동안 시댁 식구들이 명절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번 추석에는 다시 서너명 정도 방문객이 올 예정이다.

8~9인분의 명절 음식 준비는 꼼짝없이 맏며느리인 유씨의 몫이다. 유씨는 "방문하는 인원에 따라 그만큼 준비해야 할 음식 양과 가짓수가 늘어난다"며 "작년 추석과 지난 설에도 제사를 지냈지만 사람이 안 모여서 비교적 편했는데 이번 추석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정 내 최대 8인' 허용하는 추석...며느리도 장남도 '스트레스 폭발'
이번 연휴 기간에는 추석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면서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은 17~23일 1주일 동안 가족모임을 최대 8명까지 허용한다. 단, 8인 모임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2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자) 4명을 포함해야 하며 오직 가정 내에서만 가능하다.

이로써 모임이 사실상 어려웠던 지난 명절보다 가족 모임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설 연휴에만 해도 당시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명절 가족모임에도 적용됐다.

가족모임이 가능해지면서 명절 준비에 대한 부담을 진 이들의 불만은 늘고 있다. 유씨는 모임 인원 제한 완화 소식에 "요즘 2000명 안팎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느슨하게 해도 되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씨(40)도 명절을 앞두고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 육아와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 시어머니가 명절 음식을 준비해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명절음식을 파는 곳도 많은데 시댁에서는 청결이나 영양을 이유로 유독 집에서 한 음식만 찾으신다"며 "주말 내내 아이를 보며 재료 고르고 음식 준비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울산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돌아온' 명절 모임에 뿔난 것은 여성인 며느리들만이 아니다. 대구가 고향인 남성 조모씨(29)는 추석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조씨의 본가에선 한해 6건의 기제사를 챙기는데, 추석 전후로 4건이 몰려있다. 게다가 직접 준비하는 제사 음식만 15~16가지. 조씨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데친 문어 등 각종 힘든 음식을 도맡는다.

그는 "추석 때마다 어머니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곤해하시는 게 보여서 나도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얼마 전에는 아버지께 '비혼 선언'을 했다. 이런 집안의 장남인 나와 누가 결혼을 하고, 하더라도 과연 정상적인 관계가 지속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인 '사람인'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직장인 3033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77.3%가 '(코로나19로) 안 봐도 될 이유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명절에도 '반강제적'으로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되려 명절 스트레스를 줄인 셈이다.

다만 여성 응답자는 81.9%가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해 남성 응답자(72.4%)보다 9.5%포인트 더 높았다. 또 '추석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여성(47.0%)은 남성(32.9%)보다 14.1%포인트 더 많았다. 기혼자는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55.8%)이 남성(30.2%)보다 25.7%포인트 더 많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명절이 우리 전통문화다 보니 여전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특정인들에게만 부담이 된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명절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어머니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바를 며느리에게 전해야 하고, 이에 며느리들은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자식 등 다른 가족 구성원에까지 부담이 전이된다"며 "작년 설에는 모이지 못해 안도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달라진 만큼 서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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