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안에 OO가.." 어느 호텔 청소노동자의 충격 폭로

강예신 2021. 9.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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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한 침대, 기분 좋은 향기, 반짝거리는 거울... 그간 호텔에서 머문 경험을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단순히 여행 중 숙박을 해결하는 목적뿐 아니라, 매일 잠드는 우리 집 내방에서 벗어나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호텔을 찾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호캉스’의 화려하고 깔끔한 겉모습에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청소노동자는 영국 일간 더 미러에 호텔 객실·레스토랑, 가정집 등에서 근무하면서 목격한 충격적인 일화를 제보했다. 현재 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먼저 객실을 청소하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동료들의 청소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호텔 매뉴얼에는 객실, 화장실, 주방 등 청소 목적에 따라 걸레 색상을 구별해 청소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화장실 청소용 걸레로 주방 청소를 하는 등 색깔을 뒤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 안 닦이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침을 뱉어 닦기도, 유리 청소 하는 용액으로 목재 서랍 등을 청소하기도 한다”며 폭로를 이어갔다.

사진=언스플래쉬

호텔에서는 당연히 투숙객이 바뀔 때마다 청소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매번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는 “1박 정도 머무른 손님이라면, 침대 시트 등이 겉보기에 깨끗하면 교체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라며 “객실에 방향제를 뿌리면 손님들은 깨끗하다고 착각해 눈에 명확히 보이는 얼룩만 건성으로 치우는 직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직원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호텔 측의 과도한 업무지시와 복지 미비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일침했다. 그가 근무하는 호텔은 한 층당 12개의 객실이 있는데, 하루에 인당 1~2개 층의 객실을 청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식 시간은 하루 15분에 불과했다.

또 그는 간혹 객실에서 벌어지는 자살사건 현장을 청소해야하는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청소를 하다가 시체를 발견하면 그 트라우마에 오래토록 시달려야 한다”며 “경찰이 돌아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현장을 청소해야하는 건 우리 몫”이라고 토로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걸 다음 손님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즐겁게 머물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플리커

그는 호텔 청소노동자로 일하면서 봐온 곳들 중 가장 심각한 상태였던 모습들을 묘사했다. 벽이 배설물로 뒤덮였던 객실, 그리고 혈액으로 벽에 글귀가 쓰여 있던 객실을 최악으로 꼽았다. “달랑 고무장갑 하나 낀 채 숨을 참고 두 객실을 청소해야 했던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호텔 뿐 아니라 청소를 했던 모든 곳을 통틀어 가장 잊고 싶은 경험은 개인 가정집을 청소하러 갔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학생이 살고 있던 집이었는데, 화장실에 들어서자 욕조에 죽은 오리의 시체가 가득 차 있었다. 한여름에 몇 주간 방치돼있던 상태라 악취와 부패 상태도 심각했다.

“학생이 식비를 아끼기 위해 인근 공원에서 오리를 잡아 나중에 먹으려고 화장실에 걸어 보관했다가 잊어버리고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이 사실을 숨기고 나를 불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풍기는 악취와 바닥에 묻은 굳은 혈액에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그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진=플리커

익명 제보자의 폭로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청소 노동자의 고충이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무성의한 청소로 손님을 우롱하는 종업원도 태도를 바꿔야 하지만, 그들의 고충을 감안해 넓은 이해심을 발휘하는 손님의 아량이 필요하다.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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