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철의 놀면 뭐먹지?] 허드레 음식의 화려한 변신, 게국지

조용철 2021. 9.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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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게국지'다.

태안에선 게장과 호박을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고 불렀다.

원래 게국지는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고급진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최근 태안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적인 맛을 내던 원조 '게국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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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국지 /사진=조용철 기자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파이낸셜뉴스] 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게국지'다. 예전엔 겟꾹지, 겟국지, 깨꾹지라고 불렸다.

충청도에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겨우내 먹고 남은 게장을 버리기가 아까워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얼갈이배추, 봄동 겉절이, 열무김치 등을 끓여 남은 게장으로 간을 맞춰 먹었다.

태안에선 게장과 호박을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고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게장의 짠맛과 호박의 달짝지근함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만들었다.

태안 꽃게의 특징은 육질이 단단하고 속이 꽉 차 꽃게 특유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꽃게의 달콤한 맛과 김장김치의 국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맛의 신세계를 만든다. 꽃게, 농게 등으로 여러차례 게장을 담근 게장국물에는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이 국물은 자연스럽게 영양과 맛이 풍부한 게국으로 만들어진다.

게국지 /사진=조용철 기자

게국지는 맛도 맛이지만 어렵던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 게국지는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고급진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태안의 바다에선 보통 칠게가 많이 잡힌다. 현지주민들이 한번에 다 먹지 못한 칠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하면 생기는 국물로 버무린 배추와 늙은 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끓였다. 일반적으로 재료도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사용했다.

속이 여문 배추로는 보통 김장을 담갔다. 게국지는 김장을 담그고 남은 겉이 파란 허드레 배추를 사용한다. 고추도 끝물에 푸릇불긋한 것을 주로 빻아서 사용했다. 이런 재료로 만든 게국지는 짠맛과 특유의 젓갈 냄새 때문에 현지 주민 아니면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최근 태안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적인 맛을 내던 원조 ‘게국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엔 묵은지 찌개에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꽃게탕이랑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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