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금기어, 답답"..때릴수록 커졌던 尹 지지율 어디로

현일훈 2021. 9. 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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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대통령까지 하라면 하는 거고 여기서 멈추라면 멈추는 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나는 국민이 불러서 여기까지 왔다”며 한 말이라고 한다. 이른바 ‘국민 소환론’인데, 현실 정치에선 이를 여론조사 지지율로 치환하곤 한다. 윤 전 총장도 “여론조사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안 왔다”(6월 30일 국회 소통관 방문 당시)고 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이끈 동력이 ‘윤석열 현상’으로 불린 고공 지지율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작 높았던 지지율은 정치 선언(6월 29일) 이후 하향 정체 상태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론 “윤 전 총장이 요즘 지지율 추이에 부쩍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게 여러 참모의 전언이다. 지난 15일 경선 1차 컷오프 여론조사(국민 80% 당원 20%)에서 홍준표 의원과 팽팽한 2강 구도를 형성했을 때도 캠프 안에선 긴장감이 돌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초기 '윤석열 현상'이라 불리던 바람은 잦아들었고, 당장 대세론이 형성될 것 같지도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잦은 말실수와 처가(처·장모 등)에 대한 경쟁자들의 공세, 보수적 행보를 꼽는다. 지지율 정체가 길어지자 여권에선 “과거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한 데 따른 반사 효과였을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나는 반문(反文) 빅텐트’라는 말도 별도다. 반문?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안티테제나 종속 변수가 아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앞엔 기회보다 위기가 더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고발 사주’ 의혹으로 여러 갈래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 내부에서도 1위 주자에 대한 견제가 거세다. 지난 16일 치른 경선 1차 토론회에서도 그를 향해 “보수진영을 궤멸시키는 데 앞장섰다”(홍준표 의원)라거나 “공약 발표를 캠프 사람을 시켜서 하느냐”(유승민 전 의원)는 공격이 쇄도했다. 윤 전 총장은 “나는 때릴수록 강해진다”고 대응했지만, 정치 신인인 그가 노련한 경쟁 주자의 협공을 막아내는 게 녹록지 않을 거란 관측이 적잖다. ‘처가 리스크도 뇌관인데, 윤 전 총장 측은 “캠프 안에선 ‘김건희’라는 세 글자가 금기어에 가깝다. 아는 게 있어야 대응할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으로선 지지율 반등 계기를 찾는 게 당면 과제다. 한 측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맹탕’, ‘노잼’이라는 악평이 따라붙었던 게 사실”이라며 “윤석열 본연의 스타일을 되살리면서 대중의 불안감을 불식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간 스스로 강조해온 '외연 확대'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탈진보와 호남 인사를 캠프 안으로 끌어안는 동시에 정책적으로도 청년과 여성, 중도층에게 어필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악재를 털어낸다면 정권교체 여론을 중심으로 대선 행보의 순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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