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이 4년 걸려 만든 스마트안경..나오자마자 '몰카' 우려 잇따라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최근 출시한 '스마트글라스'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몰카'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위원회'(Data Privacy Commissioner)는 최근 페이스북에 "스마트글라스에 달린 LED 표시등이 주변 사람들에게 촬영 중임을 알리는 유용한 수단인지 입증하라"고 요청했다.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법인세 세율이 가장 낮아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상당수가 이곳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다. 페이스북의 유럽 본사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다 보니 DPC가 페이스북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다.
통화도 하고 사진도 찍는 스마트글라스
페이스북은 지난 9일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의 제조업체 에실로 룩소티카와 손잡고 공동개발한 첫 스마트글라스 '레이벤 스토리'를 공개했다. 에실로 룩소티카가 안경 디자인을 맡고, 페북이 스마트글라스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개발자 회의에서 스마트글라스 개발 비전을 발표했는데, 4년 만에 이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가격은 299달러(34만 원)부터고, 룩소티카 매장에서 판매한다.
스마트글라스란 이름 그대로 안경을 스마트폰처럼 만든 것이다. 작은 안경에다 각종 IT부품을 집어넣어야 해 말처럼 스마트글라스를 뚝딱 만들기란 쉽지 않다. 최근까지 여러 글로벌 회사가 스마트글라스 만들기에 나섰지만, 실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의 스마트글라스는 프레임에 소형 카메라 2개, 스피커, 마이크 3개, 오디오, 정전식 터치패드, 배터리를 비롯해 퀄컴의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 스냅드래곤이 들어가 있다. 여러 IT부품 들어있지만 무게(45g 정도)는 기존 레이벤 선글라스(40g)와 5g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안경을 쓴 채로 사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건 물론,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음성으로 '사진 찍어줘(take a photo)'라고 하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은 본인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뷰(Facebook View)' 앱에 연동되고, 여기서 여러 편집 기능을 이용해 고유의 콘텐츠를 만든 뒤 바로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릴 수 있다.
"신종 스토킹 도구 될 수도"
페이스북은 곧 다가올 가상현실 시대에 스마트글라스와 같은 기기들이 핵심이 될 거라며 상품 출시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레이벤 스토리만 해도 사진, 동영상을 찍을 때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작은 LED 등을 통해 백색광을 비추도록 설계돼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알아챌 만큼 충분하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더구나 스마트글라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는, LED 등이 켜진 걸 봐도 카메라가 아닌 단순 조명 정도로 여길 가능성도 크다.
DPC는 성명에서 "스마트글라스가 녹음 등을 할 때 작동하는 표시등이 주변 사람들에게 촬영중임을 알리는데 효과적인지를 페이스북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위원회(Garante)도 DPC와 비슷한 우려의 뜻을 페이스북에 전했다. 페이스북 역시 이런 우려를 알고 있다. 페이스북도 출시 당일 공중화장실 등에선 스마트글라스를 끄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를 함께 내놨다. "스마트글라스가 스토킹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외신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애플, 구글 등도 증강현실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글라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수년 내 스마트글라스가 일상화될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스마트글라스의 기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만큼, 각종 규제가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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