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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여행 가서 마음 챙기며 쉴까요"..정신건강관리앱 전성시대

조유미 기자 입력 2021. 09. 18. 18:00 수정 2021. 09. 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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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영운(27)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19일 홀로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한 호텔로의 ‘호캉스’를 계획하면서, 긴장을 완화해 준다는 각종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나 소리) 제공 앱과 명상앱 3가지를 휴대전화에 다운로드 받았다. 호텔에서 기성 음악을 틀어 놓기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빗소리가 녹음된 음원을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런 서비스는 비싼 돈을 내고 전문 업체를 찾아야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바일로 저렴하고 간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더라”고 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상공으로 영롱한 무지개가 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대유행(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심리적 피해, 이른바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대두되면서, 각종 명상·심리 상담 같은 ‘마음 챙김’ 앱이 젊은층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의 ‘코로나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 24.3%, 22.6%로 50대와 60대의 1.5배 수준이다.

특히 올 추석 연휴엔 가족을 만나거나 관광 여행을 떠나기보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힐링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재충전을 위해 정신건강앱을 찾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가 자사앱 이용자 1290여 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명 중 1명(24.0%)이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런 앱은 고요하고 잔잔한 배경 음악이나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숨을 5초 간 내쉬면서 오늘 하루 내 안에 쌓였을 스트레스와 감정 찌꺼기가 빠져나간다고 느껴보라’ ‘온 몸이 푹신한 구름 위에 누워있다고 상상하라’ 처럼 실제 명상 학원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내용이 성우나 심리 상담가의 목소리로 녹음돼 제공된다. 시험·면접을 앞뒀을 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콘텐츠를 골라 들을 수도 있다. 별도의 목소리 없이 자연 휴양림에서 녹음된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를 1시간 가량 들려주기도 한다.

이런 흐름에 정신건강앱은 명절을 겨냥한 서비스·이벤트를 진행하며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혜민 스님이 개발에 참여하며 누적 가입자 수 41만명을 돌파한 힐링 음원 제공 앱 ‘코끼리’는 17일부터 추석 맞이 ‘언택트 마음 선물’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전문가가 참여한 심리수업 오디오 등의 유료 제공 콘텐츠를 일주일 간 무료 체험할 수 있는 이용권을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내놨다. “추석 연휴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라고 했다. 명상앱 ‘마보’도 추석 기간 이용자 확보를 위해, 유료 회원에게만 공개했던 명상 콘텐츠 일부를 연휴를 포함한 일부 기간 무료로 전환했다.

다양한 형태의 심리 관리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감정 변화를 간단하게 앱 안에 기록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만보기를 휴대폰 잠금 화면에 최초로 도입한 넛지헬스케어는 지난 7월 자사 앱 ‘캐시워크’에 기분을 기록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도입했다. ‘행복해’ ‘불안해’ 같이 13개로 분류된 감정 이모티콘을 선택하면, “평안한 감정으로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면 걱정과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같은 명언과 맞춤형 음악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젊은층은 이런 앱의 장점으로 저렴한 가격대와 집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심리 상담가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앱 ‘트로스트’는 이용자가 좌절·무기력·불안 등 최근 느끼는 고민 키워드를 입력하면, 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가 발급하는 2급 이상의 상담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심리 상담사와 맞춤형으로 연결해 준다. 텍스트·전화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대면 상담보다 비용이 높게는 90% 이상 저렴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절엔 오히려 가족들의 불편한 질문 세례를 받을까봐 걱정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며 “코로나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재정비하려는 젊은 층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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