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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억울하다? [물에 관한 알쓸신잡]

이명철 입력 2021. 09. 18. 21:30 수정 2021. 09.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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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물 값은 이득이기만 할까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동안 물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물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물에 대한 지식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대부분입니다. 국민 간식 라면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얽힌 사연, 대동강 물 밑지고 판 봉이 김선달, 해외 여행 추억을 소환하는 공항 검색대의 생수까지 지금껏 들은 적 없는 일상생활 속 물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흐르는 청계천. (사진=이미지투데이)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봉이 김선달과 한양 상인 허풍선 간 술잔이 오가고 대동강 물값에 대한 흥정이 시작됩니다.

선달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대동강 물을 두고 조상님께 면목이 없어 못 팔겠다고 버티고 한양 상인들은 집요하게 흥정합니다.

거래금액은 처음에는 1000냥이었으나 조금씩 올라가 결국 4000냥에 낙찰됐다. 선달은 낙찰금액이 정해지고 나서도 대동강 물 팔기가 못내 서운한 듯 한참 주저하다가 한양 상인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계약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얘기입니다.

1냥은 지금 돈의 가치로 따지면 7만원 정도니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3억원이나 받고 팔았다는 이유로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 오명을 썼지만 현재 다시 태어난다면 평가는 달라질 듯합니다. 십수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청계천을 두고 물 값을 내야 한다는 주장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쪽이 법정 다툼까지 갔으니 말입니다.

결국 물 값은 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당시 계산서로 청구된 청계천 ‘물 값’은 매년 17억원이었습니다. 청계천보다 수량도 훨씬 많은 대동강을 사용 기한도 없이 3억원 정도에 팔았으니 청계천 사건을 봉이 김선달이 알았더라면 희대의 사기꾼 평가에 억울해 할 수도 있었겠네요.

우리가 마시는 물 값도 한번 알아볼까요? 우리가 편의점에서 자주 사서 마시는 0.5ℓ 생수 한병 가격은 800~900원 정도 합니다.

수돗물 값은 얼마나 할까요. 수돗물은 생수병에 넣어서 팔지 않고 계량기로 사용량을 검침해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대개 1t 단위로 가격을 매깁니다.

1t은 0.5ℓ 생수병 2000개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수돗물 1t 가격은 740원 수준입니다. 0.5Ю 생수 2000개에 해당하는 양의 수돗물을 생수 한 병과 바꾸려면 60원을 더 얹어줘야 하는 실정입니다. 생수에 비해 2000분의 1도 채 안 되는 가격인 셈입니다.

나란히 놓여 있는 생수병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물을 아껴 쓰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물을 아껴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물 쓰듯’ 펑펑 쓰고 있습니다.

물을 아껴 쓰지 않는 이유는 싼 물 값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아낌없이 쓰고도 내는 수도요금은 커피 두 잔 값 수준이니 말입니다.

수도요금이 싼 이유는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수돗물 생산원가가 t당 944원이니까 1t을 팔 때마다 200원 정도씩 밑지는 셈이지요. 물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했는데 예외가 있었네요.

다른 나라의 물 값 사정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주요 해외 국가의 평균 수도요금은 1t당 1651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가장 비싼 나라는 덴마크로 3910원입니다. 우리나라와 자주 비교하는 나라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모두 1000원대 중반에서 2000천원 대 후반입니다.

물을 싸게 사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만 있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원가 이하로 싼 수도요금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 옵니다.

우선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수돗물이 워낙 싸다 보니 빗물과 중수도를 이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시장 가격보다 싸게 물건을 판다는 것은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수돗물 공급자에게 적자가 쌓이게 되고 누적된 적자로 노후 상수도관과 정수시설을 교체하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수도요금만 올리면 모든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수도요금이 공공요금이다 보니 물가 상승이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비싼 물 값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지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한 병에 적게는 몇십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물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물에 금가루를 첨가하거나 물병에 다이아몬드 장식을 한 것으로 물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닙니다.

물 자체가 비싼 물도 있습니다. 암 진단에 쓰이는 컴퓨터단층촬영(PET-CT)용 시약 제조용 산소-18 농축수가 주인공인데 1g에 5만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이 물로 0.5ℓ 생수 한 병을 가득 채우면 자그마치 25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구전되는 설화 속 주인공이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희대의 사기행각도 실재하지 않는 허구입니다.

하지만 김선달 소재가 물이었다는 점은 우리가 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물은 팔고 사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받고 물을 판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 희대의 사기로 비춰졌던 것이죠.

만약 봉이 김선달이 환생한다면 물을 팔고 사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 현실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그리고 그는 수돗물 1t을 얼마에 팔았을까요?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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