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으로 돈만 뽑던 편의점, 통장·카드도 만든다
편의점 집객효과 올리고 은행엔 점포 축소 대안
대출 상품에 구매 데이터 확보까지 협업 확대
택배를 취급하고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편의점이 은행과도 협업하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인출 수준을 뛰어넘어 통장 개설, 보안카드 발급업무까지 편의점이 맡고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온라인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오프라인 부문 일상 서비스를 모두 떠안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5일 하나은행과 손잡고 이르면 이달 말 서울 송파구에 ‘금융 특화 편의점’ 구축을 예정했다. 금융 서비스를 위한 전용 공간을 별도로 구성하고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해 간단한 입출금·송금은 물론 통장·체크카드·보안카드 발급 업무와 은행원 화상 상담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간판 전면에 아예 하나은행의 이름을 내걸고 접근이 용이한 은행 창구로 역할 할 예정”이라며 “편의점 계산대인 POS를 활용해 무통장 송금과 같은 편의점 금융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은 지난 5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은행 지점이 적은 격오지와 도서지역 등에 금융 특화 편의점을 만들기로 했다. 통장이나 카드 발급이 가능한 STM을 공동 개발해 이르면 연내 강원도에 시범 점포를 낸다는 계획이다.
편의점은 택배, 보험, 타이어 교체, 세탁물 관리 등 소비자의 일상 업무를 편의점 안으로 끌어들이며 집객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운영사는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혀 고객 방문이 늘수록 매출도 오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은행 업무를 보러 왔다가 물건도 구매해 가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 4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가 전체 오프라인 유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9.2%에서 지난해 31.0%로 늘어난 뒤 올해 4월에는 31.4%까지 올라섰다. 편의점이 잇따른 서비스 추가에 판매 품목을 늘리면서 건당 구매액도 2018년 5000원에서 6000원 초반대로 증가했다.
편의점과의 협업은 은행에도 이익이다. 우선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산에 따라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은행들이 대면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편의점만큼 알맞은 파트너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의 점포 숫자는 4만7884개였다. 은행 점포는 6405개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편의점은 1082명당 1개, 은행은 8089명당 1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점포 90곳을 닫는 등 생존을 위한 축소에 힘을 쏟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지지 않도록 점포 폐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편의점과 손잡고 진행하는 금융 특화 편의점은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은행 간 맞손은 대출과 데이터 확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에게 제공했던 대출을 가맹점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경영주에게까지 확대했다. 고객 구매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이나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우리은행 계좌에 바로 입금해 주는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간편결제 서비스 ‘GS페이’를 선보이면서 KB국민은행과 손잡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 제안, 유용한 쇼핑 정보의 제공, 생애 주기 별 추천 상품 연계 등 다양한 협업을 추진키로 했다”면서 “금융 기술력 개선으로 쇼핑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과 은행의 협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은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대부분 24시간 문을 여는 일종의 오프라인 플랫폼”면서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은행에 맞서기 위해서도 은행은 편의점과의 협업을 더욱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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