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에서 멈춘 '최강욱 고발장' 조사..지연전술 노림수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1. 9.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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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강욱' 고발장 조사 맡은 공명선거추진단, 출범 열흘 지났지만 미적
정점식→당무감사실→조상규 등 전달 경로…'모르쇠' 정점식 조사 미뤄
'화천대유' 이슈 블랙홀 효과…당 차원 면죄부 노림수 논란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TF.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윤석열 검찰 사주의혹의 핵심인 '최강욱 고발장'에 대해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지만, 조사를 맡은 당 공명선거추진단(추진단)은 출범한지 열흘이 지나도록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논란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면서 '이슈를 이슈로 덮는 방식'으로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공식 출범한 추진단은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고 4개 분야에 걸쳐 인적 구성만 마무리한 상태다. 추진단 소속 한 의원은 1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일부 위원들은 첫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며 "추석 명절 이후 추진단 회의가 잡혀 있는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추진단 소속 또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다른 의원들은 네거티브 대응 등 대선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업무를 하기로 했다"며 "'최강욱 고발장' 진상 규명은 김재원 단장이 맡기로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고발장 초안의 전달 경로를 역순으로 따라가면, '조상규→당무감사실장→정점식→정점식 의원실 보좌관'까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정 의원과 정 의원실 보좌관 관련 조사 진행 상황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정점식 의원에서 막혀 있는 고발장의 전달 경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추진단이 출범한지 열흘이 지나도록 정 의원 관련 논의가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당이 연루설을 직접 조사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수사 기관에 진상규명 작업을 미루고, 의도적으로 지연전술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천대유 특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의 논란을 재료 삼아 '이슈 물타기'에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


당장 김기현 원내대표가 19일 추석연휴에도 SNS에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이 지사에 대해 "더 이상 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마시고, 당당하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선언하시고, 관련 자료들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십시오!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일갈했다. "만일 이재명 지사가 국감 증인을 계속 회피한다면 국민의힘은 추석 이후 국정조사는 물론 '이재명 게이트 특검법' 발의를 통해 이 지사의 숨겨진 추악함을 낱낱이 밝혀 낼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더 큰 이슈로 이전의 이슈를 덮는 방식은 수십번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지금은 '화천대유' 이슈가 터졌으니 일단 버티면 곧 잊혀질 것이란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고발장 의혹으로 추석 직전까진 궁지에 몰렸는데 여권에서 이재명 지사 쪽 화천대유 의혹이 터지면서 한숨 돌리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정 의원실이 확보한 '최강욱 고발장'이 또 다른 제3자를 통해 전달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 전 정책관이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인 김 의원을 통해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고발장 초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와 별개인 다른 경로를 통해 당에 건네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도 입장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김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보냈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냐"며 "야당의 정당한 직무 활동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검사인 손 전 정책관이 야당에 고발장을 넘긴 게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당시로선 '공익제보'의 일환이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취지다.

이같은 논리를 정 의원 사례에 적용할 경우, 또 다른 검찰 인사 등 제3자에게서 정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 받았다 해도 당시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 전 의원의 업무 범위에서 '할 일을 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금은 화천대유 논란 등을 통한 '정치적 물타기'로 상황을 벗어나 보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과 당 연루설이 실체적으로 드러나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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