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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으로 사망까지.. 2주 안에 잡아야"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09. 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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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증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조진현 교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전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것으로, 흔히 ‘피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혈전증은 발생 부위에 따라 크게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으로 나뉜다. 혈류가 빠른 동맥은 혈액이 쉽게 정체되지 않지만, 정맥은 노화나 여러 생활습관, 수술, 기저 질환 등으로 인해 혈액이 정체되고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특히 심부정맥혈전증은 혈전증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1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질환을 방치할 위험이 높은데, 이 경우 폐색전증, 혈전 후 증후군 등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를 만나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증상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부정맥혈전증은 어떤 질환인가?

혈관 내에 피가 굳어져 혈전(피떡)이 만들어진 것을 혈전증이라고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손, 팔, 다리 등 근육 안쪽에 있는 심부정맥에 생긴 혈전증을 뜻한다.

-다른 혈전증과 차이는?

혈전증은 동맥과 내장정맥, 심장 등에 모두 생길 수 있다. 이들 부위에 생기는 혈전증과 달리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할 경우, 다리가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다리에서 발생한 혈전증이 폐로 옮겨가면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폐색전증의 경우 빨리 치료하지 않거나 옮겨간 혈전이 많을 경우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혈관 내벽 손상’과 ‘혈액의 정체’, ‘혈액의 과응고’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정맥 안 쪽 내벽에는 혈액 응고와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인자들이 있는데, 내벽이 손상되면 이 같은 인자들이 파괴돼 혈전이 발생하게 된다. 외상을 입거나 수술 중 혈관이 손상되는 경우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 혈액 정체(停滯)의 경우,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탁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끈적해진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혈관에서 정체되면 혈전이 생기는 것이다. 혈액이 정체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흔히 ‘이코노믹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다리 혈액이 정체될 수 있으며, 누워있는 시간이 많은 고령자, 장애인 등도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우리 몸은 혈액이 너무 굳지 않아도 문제지만 너무 굳어도 문제가 된다. 너무 굳지 않으면 출혈이 생기고, 너무 굳으면 혈전이 발생한다.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응고 상태’란 이 같은 균형이 파괴된 것으로, 암(癌)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암이 있거나 몸에서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인자가 감소할 경우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 종합하자면, 암과 같은 질환이나 생활습관, 직업 등이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증상이 있다면?

초기, 즉 혈전의 양이 적을 때는 증상이 경미하다. 종아리가 약간 묵직하거나 뻐근하고 살짝 불편한 정도다. 그러나 눈(雪)을 굴리면 눈덩이가 커지듯 혈전 역시 한 번 생기면 점차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종아리에만 혈전이 있다가, 점차 위로 올라가 다리 혈관 전체를 막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다리 부종이 매우 심해진다. 심장은 계속 피를 뿜어내고 피는 다리로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혈전증이 있으면 혈관이 막혀 다리로 흘러간 혈액이 심장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심장에서 보낸 혈액이 계속해서 고이고 다리가 붓는 것이다.

-단순 다리 부종과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인한 부종은 어떤 차이를 보이나?

초기에는 크게 붓지 않아 쉽게 구분하기 힘들지만, 혈전증으로 인해 부종이 심해질 경우 부피 변화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심하면 원래 다리 굵기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또한 혈전증이 생긴 다리와 반대쪽 정상 다리의 굵기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조진현 교수는 “나이가 많은 고령자의 경우, 체내 수분이 떨어지면서 혈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내 환자 발생 추이는?

급격히 늘진 않았으며, 1000명 중 1명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즉 오랫동안 서있거나 앉아있는 일을 하는 사람, 부상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 암 환자 등의 경우 발생률이 높아진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 환자가 많다. 고령자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체내 수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으면 혈액이 묽어지는 것과 반대로,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이 끈적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환자 수 차이가 있는지?

현재까지 큰 차이는 없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다리에 통증이나 부종이 생겨 병원을 방문한 경우는 있었으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초음파, CT 검사를 해보면 혈전이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 갑자기 혈전증 환자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기본적으로 다리가 붓고 통증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거동에도 문제가 생기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질환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우려할 수 있다. 우선, 혈전이 다리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커질 경우, 혈전이 점차 심장에 가까워지거나 굳었던 혈전이 떨어지면서 폐동맥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로 인해 폐동맥이 막히면 ‘폐동맥색전증’이 발생하게 된다. 폐로 갔던 혈액이 폐동맥을 통해 이동하지 못할 경우,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이 줄고 쇼크가 올 위험도 있다. 이 경우 사망에도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두 번째 문제는 ‘혈전증 후 증후군’이다. ‘혈전증 후 증후군’은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함으로 인해 정맥이 딱딱해지고 굳어지며 기능을 소실한 것으로, 다리가 지속적으로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색소가 침착되고, 아주 심한 경우 정맥이 늘어나 정맥압이 올라가고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검사들이 시행되는가?

혈전이 의심되면 우선 ‘디다이머(D-dimer)’라는 혈액검사를 통해 혈전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확진을 위해 초음파검사와 CT검사를 실시한다. 정맥 내 혈전이 있을 경우, 1차적 검사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했을 때 정맥이 부풀고 내부가 채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CT검사는 단층 촬영으로, 폐부터 다리까지 단층 촬영을 하면서 확실하게 혈전을 발견하고 질환을 확진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실시하는 치료법은?

우선, 초기에 증상이 경미할 때는 혈전이 더 이상 커지거나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항응고요법을 실시한다. 검사를 통해 혈전증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항응고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혈전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혈전을 제거할 경우 폐색전증과 혈전증 후 증후군 또한 예방할 수 있다.

정맥 내 혈전이 있을 경우, 초음파검사에서 정맥이 부풀고 내부가 채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부정맥혈전증 치료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미국 흉부외과의사협회(American College of Chest Physicians, ACC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전증이 있는 경우 1차적으로 주사치료나 약물치료 등 항응고요법을 실시한다. 이후 최소 3개월이 지나 출혈 등 위험 요소를 고려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과응고 상태일 경우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항응고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을 통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계적으로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기대수명이 긴 젊은 환자나 활동적인 환자 등은 혈전을 제거하는 게 낫다고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다 쉽게 혈전을 제거하는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추세다.

-혈전 제거를 위한 약물치료와 혈관 내 시술의 차이는?

약물치료의 경우 혈전증이 있는 부위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 약물(혈전용해제)을 주입해 혈전을 녹인다. 다만, 약을 사용해도 바로 녹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24시간이며 잘 녹지 않으면 48시간 지속하기도 한다. 간편한 치료법이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혈전증을 녹이면서 반대급부로 드물게 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혈관 내 시술은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고 막혀있던 혈관을 복원시킨다. 혈전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비교적 쉽고 빠르게 혈전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막힌 혈관을 뚫기 때문에 항응고요법 후 혈전이 남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증상을 확실하고 빠르게 경감시킨다. 치명적인 폐색전증이나 혈전증 후 증후군을 예방하는 만큼, 환자가 혈전을 제거할 수 있는 조건만 된다면 적극적으로 제거해주는 게 좋다.

-시술이 어려운 경우는 언제며, 어떤 치료가 시행되나?

한 번 생긴 혈전은 계속해서 굳어지며, 시간이 지나 딱딱해지고 제거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뒤 2주 내에 발견·치료해야 한다. 2주를 넘어서면 혈전이 딱딱해져 기기로 제거하거나 약제로 용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항응고요법을 유지하거나 스타킹 등 압박요법을 시행한다. 매우 심하게 혈관이 막혀있는 경우, 혈전을 제거하는 것보다 치료 효과는 떨어지지만 막힌 부위에 스탠트를 넣어 넓혀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부정맥혈전증 치료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심부정맥혈전증은 위험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가급적 빨리 혈전을 제거하고 있으며, 관련 장비 역시 계속해서 발전·개발되고 있다. 추후에는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혈관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혈관 길을 열어주는 스텐트 삽입 방법이 계속해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야만 환자의 증상을 빨리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부정맥혈전증 예방을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3가지 위험인자(▲혈관 내벽 손상 ▲혈액의 정체 ▲혈액의 과응고)만 피하면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혈액의 정체를 막는 것이다. 오래 앉거나 서있기보다, 주기적인 운동, 특히 종아리를 비롯한 근육들을 움직이는 운동을 자주 해주는 게 좋다. 또한 탈수가 되면 혈전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운동 후나 뜨거운 낮 동안 수분을 잘 섭취해야 한다.

-고위험군 또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위험군과 환자는 최대한 병원에 빨리 방문해야 치료가 편하고 결과도 좋다. 치료 후 삶의 질 역시 향상될 수 있다. 반대로 치료가 늦으면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결과 또한 좋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난다면 최소 2주 내에 병원에 방문해 검사·치료 받아야 한다. ‘2주’를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조진현 교수는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의대와 성균관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교육수련부장 등을 맡고 있다. 또한 대한혈관외과학회 전산정보위원장, 대한외과초음파학회 진료권고안위원장, 대한정맥학회 이사 등 주요 학회 임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조진현 교수의 주요 진료·연구 분야는 하지정맥류, 동맥류수술, 경동맥내막절제술, 당뇨발, 말초혈관 인터벤션 등이다. 관련 논문 또한 수차례 제작·발표했으며, ‘하지정맥초음파’, ‘혈관초음파’ 등과 같은 의학 서적도 펴냈다. 2013년에는 최초로 한국인 복부대동맥류 유병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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