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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와 사시9수만 남은 '집사부', 석열이 형은 만족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9. 21. 10:37 수정 2021. 09. 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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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부일체'의 윤석열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줬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SBS 예능 <집사부일체> MC들. 그들이 긴장한 이유는 만나러 간 인물이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기 때문이다. 이승기가 초인종을 누가 좀 눌러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 긴장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나온 윤석열의 모습은 친근함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손님들을 맞아 짖기 시작하는 일곱 마리 반려견들이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자아낸다.

들어오자마자 먼저 음식을 내놓겠다며 부엌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끓이고, 불고기를 양념에 재워 익히며, 능숙하게 계란말이를 한다. 그런 모습에 대놓고 "이미지 메이킹" 아니냐고 툭 던지는 MC의 질문은 그 모습이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는 걸 그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본래 누굴 찾아가도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사부님'이라 호칭하면 되지만 굳이 뭐라 호칭해야 할지 묻는 MC들에게 "그냥 형이라고 해"라고 말하자 진짜 그래도 되냐며 "석열이형"이라는 친근한 호칭이 등장한다.

검찰총장에서 바로 정치인으로의 행보를 시작한 윤석열은 워낙 날카로운 이미지가 강하고, 이른바 도리도리와 쩍벌 등이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춰진 바 있다. 그래서인지 '집사부일체'의 일련의 장면들, 즉 반려견, 김치찌개, 계란말이, 석열이형 같은 코드들이 그냥 우연히 보여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들은 여성 지지층, 특히 젊은 세대들의 지지율이 취약한 대권주자의 선택된 이미지 메이킹 연출은 아니었을까.

어차피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서 가장 큰 목적은 그것이 누구라고 해도 '친근한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대중들은 권위적인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보다 친근하고, 친서민적이며,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 소통할 줄 아는 리더를 원한다. 2000년대 들어 변화된 대중들의 이런 요구는 그래서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예능 나들이를 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들도 단지 웃음만이 아닌 정보나 교양, 시사와도 접목되던 시대였다. 그러니 예능과 정치는 오월동주를 하기 시작했다.

2011년 안철수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얻은 바 있고, 이듬해 SBS는 <힐링캠프>에 당시 유력주자였던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각각 출연해 노래도 부르고 격파도 하는 등의 이색적인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공약이나 정치철학 같은 대선후보의 진짜 자질들을 들여다봐야 할 선거를 일종의 '이미지 정치'로 만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집사부일체>의 첫 번째 출연자로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는 어땠을까. 역시 알맹이는 없고 친근한 이미지의 껍데기들만 가득한 건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사법고시 9수를 했던 사연을 길게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미화된 성공담의 이미지가 강했고,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케이트를 배웠던 어린 시절을 예로 들며 "재주는 없어도 어려움이나 위기에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답변은 구체적이지 않아 동문서답 같은 느낌을 줬다.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을 묻는 대목에서도 그 속내는 끝내 드러내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대권후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정치철학이나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이 친근한 이미지가 강조하는 건 자칫 선거에 본말이 전도된 정보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친근한 예능을 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몇 가지 정도는 후보들이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줘야 이 기획의 취지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첫 게스트로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방송에서 기억에 남는 건, 김치찌개, 계란말이, 사법고시 9수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SBS <집사부일체>가 '대선주자특집'으로 마련한 이번 기획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앞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그리고 이낙연 전 총리가 출연할 예정이다. 과연 이들에게서는 보다 정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이들의 방송분이 어느 정도의 정치 이야기를 담는가는 그래서 거꾸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온 방송분을 재평가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의도적인 것일까 아니면 진짜 정치 경험이 일천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집사부일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방향이 그런 것일까. 예능을 통한 이미지 정치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지면서도, 다음 출연자들의 방송이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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