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펑크는 어떻게 NFT 히트상품이 됐나

임유경 기자 입력 2021. 9. 21. 19:59 수정 2021. 9.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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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NFT 작품 프리미엄..1만개 한정수량으로 희소성

(지디넷코리아=임유경 기자)

다양한 크립토펑크(이미지=라바랩스)

픽셀화된 아바타 이미지 크립토펑크가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을 달구고 있다. 푸른색 얼굴에 마스크를 쓴 '코비드 에어리언'이라는 크립토펑크는 지난 6월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1천170만 달러(약 139억원)에 판매됐다. 어쩌다 하나 비싸게 팔린 것이 아니다. 현재 가장 저렴한 크립토펑크가 32만달러(약 3억8천만원)에 판매 중이다.

1세대 소셜미디어 싸이월드 아바타보다 대충(?) 만든 것 같은 이 픽셀 이미지들는 어떻게 억대 가치를 인정받게 됐을까.

싸이월드 아바타 미니미

크립토펑크는 무엇?

크립토펑크 시리즈는 남자, 여자, 좀비, 유인원, 외계인 5개 캐릭터로 구성됐다. 기본 5개 캐릭터에 헤어스타일, 악세서리, 의상 등 다양한 속성을 랜덤하게 추가해 총 1만개의 각기 다른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캐릭터별로 숫자를 집계해 보면 남자 6천39개, 여자 3천840개, 좀비 88개, 유인원 24개, 외계인 9개로 나뉜다.

24*24 사이즈의 픽셀아트 이미지에 불과한 크립토펑크를 특별하게 만든 건 NFT 기술이다.

NFT는 고유한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 토큰의 한 종류로 사진·영상·쿠폰·마일리지 등 다양한 디지털 파일과 결합할 수 있다. NFT와 결합된 디지털 파일은 일련번호가 존재해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통해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

그동안 디지털 파일은 쉽게 카피 가능하고 원본과 카피본을 구분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고 상품으로 거래되기 어려웠다. NFT의 등장으로 이런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 것이다.

크립토펑크 이미지는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지만 NFT로 발행됐기 때문에 원본 여부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아트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좀비, 유인원, 외계인 캐릭터는 발행 수량이 더 적기 때문에 소위 '희귀템'으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억'소리나는 가격...크립토펑크에 열광하는 이유?

크립토펑크는 NFT라는 개념이 막 생겨났을 때 실험적으로 발행된 초기 NFT다. 앱디자인 및 비주얼아트 스튜디오 '라바랩스(Lava Labs)'가 2017년 6월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1만개의 크립토펑크 NFT를 발행했다.

사실 크립토펑크는 2017년 출시 당시 공짜로 뿌려졌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NFT라는 개념이 생소해 라바랩스는 실험삼아 9천개의 크립토펑크를 일반에 무료로 제공했다.

4년이 지난 현재 크립토펑크 가격은 NFT 열풍을 타고 고공행진 중이다.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에 판매된 크립토펑크는 상당히 많아졌다. 크립토펑크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가장 저렴한 것이 30만 달러(약 3억5천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코비드 에어리언(라바랩스)

지난 6월 소더비 경매에 나온 크립토펑크 '코비드 에어리언'은 1천17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크립토펑크 판매 역대 최고가다. 스포츠 베팅 게임사 드래프트킹스의 최대 주주이자 억만장자로 알려진 샬롬 메켄지가 구매했다.

처음에는 공짜였던 크립토펑크가 어떻게 백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게 됐을까.

암호화폐 전문 외신 디크립트는 "가장 오래된 NFT 프로젝트라는 점이 크립토펑크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집가들은 희귀한 것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데, 아주 초창기 NFT 프로젝트이면서 단 1만개만 발행된 크립토펑크는 그런 조건을 두루갖췄다. NFT가 향후 새로운 디지털 포맷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믿는다면, NFT 역사에 의미있는 크립토펑크에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실제 NFT 기반 디지털 상품의 거래량을 보면, NFT 대중화가 먼 미래 얘기만은 아니어 보인다. 암호화 분석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NFT 시장은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천370만 달러에 불과했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에 래퍼 제이지 등이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크립토펑크를 사용하면서 화제를 모은 것이 가격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유명 래퍼 제이지는 크립토펑크를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NFT는 새로운 커머스 장치"

크립토펑크의 인기는 NFT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NFT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가.

글로벌 결제사업자 비자는 지난 8월 말 16만5천 달러(약 2억원)에 크립토펑크 NFT를 구매하며, 구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60년간 비자는 초기 종이 신용카드부터 신용카드 압인기(수동으로 매출전표를 발행하는 데 쓰는 장치)까지 역사적인 커머스 장치를 우리의 수집품 목록에 추가해왔다. NFT 커머스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날, 우리는 크립토펑크 #7610을 우리 수집품목에 추가한다."

NFT가 새로운 커머스 장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초기 NFT인 크립토펑크를 수집했다는 얘기다. 

비자는 이어 NFT가 "미래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소셜미디어, 유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경 기자(ly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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